[뉴스토마토 박혜정 인턴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사고 여객기가 착륙한 01번 활주로와 달리 반대 방향인 01번 활주로는 착륙 가용거리가 300m 더 길고 콘크리트 둔덕도 확장공사를 위해 치워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와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며 둔덕은 활주로에서 최소 300m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사진=뉴시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는 총 2천800m이지만, 지난 10월 경부터 2천500m로 줄여서 사용해 왔습니다. 내년까지 완공 예정이었던 활주로 연장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무안공항은 하나의 활주로를 비행 방향에 따라 북쪽은 01번, 남쪽은 19번으로 구분해 운영 중입니다. 연장 공사로 활주로 자체는 2천500m였지만 01번 활주로는 공사 중인 기존 면적(이륙포기 항공 정지구간, STOP WAY)에 300m까지 포함하면 착륙 가용거리는 2800m였습니다.
사고 항공기가 19번 활주로를 이용해 STOP WAY 너머 착지하면서 착륙할 때 쓸 수 있는 거리가 2천500m밖에 되지 못했습니다. 사고기가 01번 활주로에 착륙했다면, 동체착륙 시 미끄러져 속력을 줄일 수 있는 거리가 약 300m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콘크리트 둔덕이 01번 활주로 끝단에는 없었습니다. 확장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치워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참사로 인한 피해 규모가 착륙 방향에 따라 달라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둔덕에 대해서 조종사가 사전에 알 수 있었다면 활주로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어떤 항공정보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이 고지돼 있지 않았습니다. 국토부가 발행하는 ▲항공정보간행물(AIP) ▲비행안전 및 규정에 대한 정보를 담은 항공정보회람(AIC) ▲비행 전 중요한 항공고시보 등 정보를 제공하는 비행전정보(PIB) ▲국내 운항 정보 등이 담긴 항공정보매뉴얼(AIM) 등 그 어떤 곳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권보헌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둔덕의 위치를 파악하고 01번 활주로로 착륙했다면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며 “콘크리트 둔덕이 현행 국토부 고시의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라’는 규정에 어긋난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2022년 국토부 '공항 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을 보면 활주로를 기준으로 종단으로부터 최소 300m 확보하도록 고시돼 있다”며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264m 거리에 있어 고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00m는 최소기준이며 안전확보를 위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Flight Safety Foundation)의 하산 샤히디 대표 겸 최고경영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방위각 시설)’는 활주로 끝에서 최소 300m 밖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조사팀은 이 구조물이 없었을 시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