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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LG화학(051910)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장기 불황과 배터리 소재 부문의 성장세 둔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약화되며,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잇달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재무 건전성을 위해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했지만, 지속적인 현금창출력 약화와 구조적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LG화학의 도전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내부적 제약이 맞물리며 더욱 가파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LG화학)
미래 먹거리 투자도 축소…전북 익산 합성신약 공장 증설 '속도조절'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배터리 소재 부문 성장 둔화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42조1150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36조579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2818억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해 1조1688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화학의 부채비율은 94.7%로, 직전 분기 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지난해 2분기 24조8000억원에서 3분기 28조1000억원으로 3조3000억원 늘었으며,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9.5%에서 31.6%로 상승했다.
LG화학은 재무부담 해소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기존 프로젝트의 진행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2023년 1월부터 추진해왔던 전북 익산 국가산업단지 내 합성신약 공장 증설 투자를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해당 공장은 2017년
LG생명과학(068870)이 LG화학에 합병되며 자산으로 편입된 이후 약 1000억원 규모의 증설이 계획돼 있었다. 준공 목표는 올해 말로 잡혔지만, 투자 연기 결정으로 인해 증설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익산 공장은 현재 의약품, 합성신약, 동물의약품 등을 생산하며 약 330명이 근무 중이다. LG화학은 이번 투자 중단의 배경에 대해 사업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불황과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의 수익성 저하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 부문이 LG화학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앞서 LG화학은 2023년 630억원을 투자해 충북 오송공장의 임상용 의약품 설비를 추가로 구축하는 등 바이오 부문에서의 투자를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무 구조 악화와 현금창출력 약화로 인해 바이오 부문도 속도 조절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OLED 편광판 사업부 매각…재무 안정화 노력
LG화학은 업황 악화로 인해 쌓여온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판 사업부를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에 매각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부는 글로벌 OLED TV용 편광판 시장에서 40%, 자동차용 편광판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보유하며 LG화학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평가받았다.
매각 대금은 약 14억위안(한화 약 2800억원)으로, 2023년 9월 체결된 계약에 따라 진행됐다. OLED 편광판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가진 분야로 주목받고 있지만, LG화학은 재무 안정화를 위해 사업부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일부 자금을 확보했지만, 석유화학과 배터리 소재 부문의 업황 둔화 등 불황으로 인한 리스크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올해 자본적지출(CAPEX) 가이던스를 기존 4조원에서 2조원대로 대폭 축소하며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터리 소재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치는 연산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하향 조정됐다. 국내 생산능력 목표치는 연산 20만톤에서 13만톤으로 축소됐으며, 모로코 신규 설비 건설은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또 일본 도레이와 함께 추진하던 1조원 규모의 분리막 설비 증설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도레이 측이 투자 원점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모든 투자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확보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재무 안정화의 의지를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LG화학이 바이오와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불황과 배터리 소재 부문의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현금창출력을 높이고 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자본적지출, 즉 대규모 투자는 그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황악화가 워낙 극심하다보니 투자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광판 사업부를 중국 기업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사업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한계사업으로 판단해서 2년여 전부터 매각 작업을 시작해 최근 완전히 딜을 끝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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