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4명 중 1명, '법적 책임' 등기임원 안 맡아
삼성 이재용, 한화 김승연 등 20곳 총수
법적책임 회피 '꼼수' 비판도…"큰 문제"
이중근 부영 회장, 15곳 등기임원 겸직
2025-01-14 14:27:02 2025-01-14 17:16:58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 총수 4명 중 1명은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지만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기업집단 총수 등기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인 집단의 총수 및 친인척 경영 참여 현황과 등기임원 등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78곳의 기업에서 20명의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았습니다.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는 대기업은 삼성(이재용), 한화(김승연), HD현대(정몽준), 신세계(이명희), CJ(이재현), DL(이해욱), 미래에셋(박현주), 네이버(이해진), 금호아시아나(박삼구), DB(김준기) 등입니다. 또 에코프로(이동채), 이랜드(박성수), 한국타이어(조양래), 태광(이호진), 삼천리(이만득), 대방건설(구교운), 유진(유경선), BGF(홍석조), 하이트진로(박문덕), 파라다이스(전필립)도 이에 해당합니다.
 
부영,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원은 지난해 총수가 새롭게 등기임원에 올랐습니다. 이중근 부영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2023년 광복적 특사로 사면된 이후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는데요. 코오롱(이웅열 명예회장이규호 부회장)과 동원그룹(김재철 명예회장김남정 회장)은 각각 총수가 변경되면서 등기임원 명단에 올랐습니다.
 
등기이사와 미등기이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사 핵심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이사회 참여 여부입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 등에 밀접하게 관여합니다. 이로 인한 주요 결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지게 됩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높은 연봉을 받는데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을 두고, 법적인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벌전문가인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수가 지배주주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경영에 깊숙이 개입을 하고 있지만 이사로 등재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그런 부분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일부 대기업 총수가 자신에게 불거진 사법리스크우려 등으로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등기이사는 법적 제약 조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등재도 많아졌습니다. 2023년에는 오너 친인척 294명이 등기임원이었지만, 신규 대기업집단 편입으로 계열사가 795개에서 811개로 늘면서 지난해 310명으로 많아졌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재계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화한 영향으로 이를 분석했습니다.
 
등기임원 겸직이 가장 많은 인물은 이중근 부영 회장으로 9개 계열사 대표이사와 6개 사내이사를 포함해 총 15곳을 맡았습니다. 장녀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는 13곳의 사내이사를 맡아 두 번째로 많았는데요. 부영그룹은 총수 일가 6명 중 4명이 등기임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2곳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는 10곳의 등기임원을 맡았는데요. SM그룹 총수 일가 11명이 71곳 계열사에서 겸직 중입니다.
 
정호철 경실련 경제정책국 간사는 재벌 가족 경영에서 어느정도 실무는 하더라도 책임까지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사회에 총수 일가가 참여하면 이사들이 이를 두둔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 기업이 해외에 비해 선진화되지 못한 부분이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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