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삼성화재(000810)가 자회사인 법인보험대리점(GA) '삼성화재금융서비스'를 통해 자사 상품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팔린 손해보험 상품의 99% 이상이 삼성화재 상품으로 확인됐는데요. GA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에게 서로 다른 보험사 상품 3개 이상을 비교해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화재 상품만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는 것은 사실상 답을 정해놓고 비교
·추천한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삼성화재 GA, 자사상품 비중 1위
17일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조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의 자회사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가 판매한 손해보험 상품은 총 14만5678건입니다. 이 중 삼성화재 상품 비중이 99.2%(14만4490건)에 달합니다.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533억1786만원 중 523억4207만원(98.2%)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보험업감독규정을 보면 보험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GA는 금융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보험사 상품 3개 이상을 비교·설명해야 합니다. 삼성화재금융서비스 소속 보험 설계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5132명인 만큼 이 의무 규정을 적용받습니다.
문제는 삼성화재금융서비스가 금융 소비자로부터 3개 보험회사 상품을 비교·설명하고 이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쳤다고 해도, 결국 가입률은 삼성화재 상품에 쏠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비교·설명을 충분히 했다면 몰아주기 현상만 갖고 처벌할 근거는 없습니다. 전화·우편·인터넷 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은 비교·설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정회사 상품 판매 쏠림 현상은 삼성화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보험사 자회사형 GA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삼성생명(032830) 자회사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전체 생명보험 상품 계약건수 중 모회사의 비중이 96.1%를 차지했습니다. 계약 금액 비중은 97.3%에 달합니다.
한화생명(088350)의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도 계약건수의 97.1%, 계약 금액의 96.9%를 한화생명 상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 또한 GA 계열사인 디비금융서비스도 손해보험 상품 판매 실적 대부분이 DB손보에서 나왔습니다.
비교·추천 위한 GA 설립 취지 무색…당국도 주시
GA는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놓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곳이지만, 대기업 보험사 판매현황을 보면 이미 계열 GA 대부분은 본래 취지를 상실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습니다. 보험업법 규정대로 3개 이상 회사의 상품을 제대로 비교해서 팔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수치라는 지적입니다.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너무 편중된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엄밀하게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GA 소속 설계사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GA 소속 설계사들에게는 판매 수수료 외 추가 수당인 시책을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일정 부분이나 월납 보험료 몇 배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능력 있는' 설계사 도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센티브는 점점 높아졌고, 이는 결국 사업비 인상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 우려를 불러왔습니다. 대형사 기준으로 평균 월 보험료의 3~4배 수준을 보장하다 보니 모회사 소속 설계사들과 처우 차이로 갈등을 불러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원래 보험사 소속 설계사에게는 최초 계약에 대해 1년 동안 지급하는 수수료와 인센티브의 합이 월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는 하는 규제가 있는데요. GA의 경우는 이 룰을 다소 비껴갔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건 과당 경쟁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 불완전판매, 유지율 하락을 우려한 금감원은 보험사의 사업비 현황을 상시 점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GA업계 관계자는 "마치 GA가 무법지대인것 처럼 비치고 있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침이 내려오고 있어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역으로 비교·추천을 원하는 고객은 대부분 상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비교 상품군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상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사옥. (사진=삼성화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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