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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1일 17: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목표로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어가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임상 3상 단계부터 투입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형자산으로 인식된 신약이 개발에 실패할 경우 해당 비용은 전액 손상처리되어 재무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활발한 신약 개발 활동에도 불구하고 무형자산화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이 있다. <IB토마토>는 이러한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상황과 무형자산화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개발비 무형자산화 비율이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초기 물질이 많다 보니 임상 3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이 적은 까닭이다. 한미약품은 향후 비만치료제를 정조준하면서 무형자산차손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상 과제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사진=한미약품)
수년간 10% 미만인 무형자산화 비율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94억원을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개발비용 합계(1537억원)의 6.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한미약품의 자산화한 개발비 비중은 10%를 하회 해왔다. 지난 2022년 3분기에는 무형자산화 비율이 9.29%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23년 3분기 3.47%로 대폭 줄었고, 지난해에도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미약품의 무형자산화 비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 임상 단계의 물질이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품목 허가를 얻은 제품을 제외하고 한미약품이 보유한 주요 파이프라인은 약 24개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LAPS-Exd4 analog(에페글레나타이드, 당뇨·비만치료제) △HCP1803(순환기용치료제) 등 총 2개가 있다. 여기에 ALG-1001(건성 노인성황반변성치료제)은 중국과 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임상 2b/3상을 준비 중이다.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내역 외에도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정보와 전략 등의 노출 우려로 미기재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많은 파이프라인으로 인해 매년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음에도 지난해 3분기말 무형자산은 874억원에 그쳤다.
개발비 자산화 경험 많아…비만치료제 '정조준'
다만,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임상 진행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2023년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개발을 완료한 파이프라인에 대해 자산화한 연구개발비 누계액은 172억원이다. 여기에 감가상각 금액 약 60억원을 제외한 장부금액은 112억원이다.
총 7개의 제품이 출시에 성공하면서 현재 상각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해 상각비를 계상 중이다. 2023년 말 시점으로 △D-이부프로펜 구강현탁액(잔여 상각 기간 4.8년) △저용량 클로잘탄정(4.5년) △에소메졸DR서방캡슐 10MG(3.9년) △클로잘탄정(3.6년) △로수젯 저용량(2.9년) △롤론티스프리필드시린주(2.8년) △에소메졸DR서방캡슐(2년)의 기간이 남았다. 올해까지는 잔여기간이 축소됐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형자산상각비가 한미약품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한미약품이 상각한 개발비는 26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에 영업외손익까지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3년 3분기 129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452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초기 물질이 많은 한미약품이 성장 동력으로 꼽은 키워드는 '비만치료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필두로 △LAPS-Glucgon Combo(에페거글루카곤+에페글레나타이드) △LA-GLP/GIP/GCG(HM15275) 등 약 8개의 비만·당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006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LAPS-Exd4 analog(에페글레나타이드)와 HCP2203(순환기 및 당뇨병 치료제)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는 전임상과 임상 1상에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의 문을 연 바 있다. 이는 한미약품만의 차별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간다는 골자로 공개했다. 업계에서 비만치료제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임상 진입 과정에 R&D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미약품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포함)은 1788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실적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787억원이 유입됐다.
다만, 대부분의 파이프라인이 아직 무형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은 만큼, 지난해 3분기 개발비손상차손은 인식되지 않은 상태다. 장기적으로 무형자산손상차손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임상 과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R&D 전략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HP15275의 임상 2상 진입 등을 예정하고, 항암제 및 희귀질환 등 이외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 강화도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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