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난해 대미 로비 집중…역대 최고 금액

삼성 100억원, SK 80억원 등…대관 활동 힘줘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국 기업들 지난해 대미 로비액으로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따라 투자를 확대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대관 활동에 힘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내란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외교·통상 공백 상황은 향후에도 재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사진=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 신고 내역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 총 698만달러(100억3000여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삼성전자·삼성반도체·삼성SDI·이매진 등 4개 기업을 합산한 금액입니다. 삼성그룹의 로비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3년 600만달러를 넘긴 뒤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SK그룹은 지난해 559만달러(80억3000만원)을 썼습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공급망 정책, 인공지능(AI),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로비활동이 집중됐습니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에 역대 가장 많은 612만달러를 로비에 지출했습니다. 당시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버리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 금지 조치를 막기 위한 때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 받은 바 있는데요. 각각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입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마냥 안심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도 로비 등 대관 업무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대미 로비자금으로 328만달러(47억1000만원)를 썼습니다. 현대차와 자회사인 기아, 현대제철, 슈퍼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합산한 액수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로비액은 최근 몇 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로비 현안으로는 수소와 연료전지 정책, 전기차 인프라, 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등이었습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총 391만달러(56억200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한화그룹의 로비액은 증가폭이 큰데요. 2021년 64만달러, 2022년 90만달러, 2023년 158만달러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패널 관세와 관련 현안에 로비 활동을 집중했는데요. 조선, 국방 예산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배덕훈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