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메모리반도체 등 주요 사업 부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모두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위기가 재확인됐다며 분사를 비롯한 인수합병 노력과 함께 젊은 인재에게 전권을 주는 내부 혁신 등 사업 전반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에서 TV 산업에 대한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28.3%였습니다. 2023년 30.1%에 이어 연속 하락세입니다.
삼성전자는 “업체들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고, 패널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제품 기술력으로 돌파하기 위해 AI 신기술을 대거 적용하여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2024년 18.3%, 2023년 19.7%, 2022년 21.7% 등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5년에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나 AI 스마트폰의 수요 증가로 스마트폰 시장은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디스플레이(SDC) 부문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은 지난해 41.3%로 2023년 50.1%, 2022년 56.7%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장·오디오를 담당하는 하만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의 내부 운전공간)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콕핏 점유율 역시 2022년 17.9%에서 2023년 16.5%, 2024년 12.5%로 지속 후퇴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지난해 D램 시장점유율은 41.5%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42.2%, 2022년 43.1%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향 투자가 지속되며 HBM과 서버향 D램 수요 견조(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음)세가 지속되었다”면서도 “서버 SSD는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과제 지연으로 수요에 다소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파운드리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시장점유율 통계가 실리지 않았으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전분기 대비 1% 포인트 하락해 8.1%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대만 TSMC는 전분기 대기 2% 포인트 성장한 67.1%로 업계 1위를 굳혔습니다. 2위 삼성전자와 59% 격차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이 일제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며 사업 전반의 대대적 개편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폰들이 초격차 추격에 이미 앞서 있고,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더욱 경쟁 구도가 심화될 것이다”라며 ”경쟁사를 뛰어넘는 브랜드 가치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 파운드리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레거시 제품은 중국의 SMIC가 추격하는 샌드위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파운드리와 설계를 함께 하니 첨단 수주를 받지 못하는 것이므로 경쟁하기 위해 분사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빅테크 5개 사는 지난 10년간 약 800개 기업을 인수하여 기술을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삼성은 2016년 하만카돈 M&A가 마지막이다”라며 “기술 경쟁 시대에서 내부 인력 가지고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10개 중 9개는 실패하고 1개만 성공할텐데 여기에 따르는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기존 경영진은 안전한 투자를 통해 성공해 왔고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젊고 유능한 인재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등 대대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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