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최근 기자 간담회까지 열며 경영 정상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실정입니다. 당시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됐던 상품권의 사용이 제한되고 입점 업체들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도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은 유통을 넘어 금융 업황까지 빠르게 확산된 바 있는데요.
물론 홈플러스의 경우 티메프와 달리 비교적 빠르게 법정관리 조치를 취하고, 경영진이 간담회를 통해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의 채권 변제를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점에서 사정이 조금은 낫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입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대금 지급 우려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의 허가를 통해 상거래 채권 지급이 재개된 만큼 신속한 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빠른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달 13일 기준 상거래 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했고 가용 현금이 1600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영업을 통해 계속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 지급은 곧 완료된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는 영업 지표 역시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달 4일 이후 1주일간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작년 동기 대비 13.4% 늘었고, 고객 수도 5% 늘어났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많은 기업들이 지난 7일 법원의 회생채권 변제 허가 이후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해명에도 불안 여전
하지만 이 같은 홈플러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납품 업체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미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에 따른 부정적 학습 효과 탓입니다.
티메프 사태의 경우 재정 악화로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먼저 전해졌고, 이후 실제로 티메프는 무기한 정산 지연을 밝힘에 따라 파장이 나날이 확대됐습니다. 당시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는 4만개가 넘고 이들이 받지 못한 판매대금만 1조원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홈플러스의 경우 다른 대형마트 대비 정산주기가 긴 점도 납품 업체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정산 주기의 경우 이마트, 롯데마트는 20~30일 정도인데, 홈플러스는 이보다 3배가량 긴 45~60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티메프 사태 당시에는 온라인 정산주기에 집중했다"며 "현재 오프라인도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적정한 정산주기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처럼 긴 정산주기에 대한 제도적 허점이 납품 업체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대응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를 겪었던 납품 업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태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적으로 홈플러스의 경우 정산주기가 최소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티메프 사태 때처럼 상품권 수취 거부 사례가 증가하며 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정관리 이후 빕스, CGV, 신라면세점, HDC아이파크몰, 앰배서더 호텔 등은 홈플러스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상품권이 일반 상거래 채권에 해당하는 만큼 사용이 지장이 없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티메프 사태 당시 주요 가맹점들이 결제를 차단하면서 티메프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큰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물론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 지난해 티메프 사태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낫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무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만큼, 당장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확신하긴 어렵지만 오는 6월 3일(회생 계획안 제출일)까지는 홈플러스가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소 이 기간까지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어쨌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도 사재 출연 의사를 밝힌 만큼, 티메프 때보다는 확실히 사정은 낫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사업 포트폴리오 상 소상공인보다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브랜드의 입점률이 훨씬 높다. 소상공인 변제를 우선시하겠다는 주장도 이를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홈플러스의 경우 매각하지 못할 뿐, 자산은 있는 상태다. 티메프 때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홈플러스를 둘러싼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연관된 협력사들만 수천곳에 달하는데, 이들 업체가 회생절차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게다가 홈플러스 측이 제시한 방향대로 오차 없이 경영 개선에 나서야만 파장을 막을 수 있다. 확실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정문 앞으로 고객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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