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암흑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
암흑에너지 분광 장비 1500만개 천체 관측 데이터로 표준우주론 모델에 반론 제기
암흑에너지, 우주를 팽창시키는 ‘우주 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
2025-03-24 09:41:57 2025-03-24 16:51:14
애리조나 킷 피크 천문대의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ESI) (사진=DESI)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1998년에 두 천문 관측팀, 즉 하이-지 초신성 관측팀(High-Z Supernova Search Team)과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upernova Cosmology Project)는 초신성 폭발을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신성 폭발은 일정한 양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멀리 있을수록 어둡게 보입니다. 당시는 우주의 팽창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가설이었습니다. 우주의 팽창이 둔화하면, 우주에 있는 초신성과 같은 먼 천체가 더 천천히 멀어지고 초신성에서 나온 빛이 우주 팽창으로 약해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관측됩니다. 우주공간의 확장에 따라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편이(redshift)가 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의 팽창이 둔화하면 먼 거리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의 빛은 더 밝게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두 연구팀은 예상과 달리 초신성들이 더 어둡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우주 팽창이 감속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속되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가속적 팽창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서도 어떤 힘의 작용으로 우주가 팽창하는지는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알고 있는 어떤 에너지도 우주가 팽창해 점점 넓어질수록 약해지는 게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의 물리학적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를 팽창시키는 이 에너지를 물리학자들은 암흑 에너지라고 명명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에 자신이 세운 중력이론에 ‘우주 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조정 요소(fudge factor)를 추가합니다. 우주 자체가 서로 밀어내는 척력을 만들어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 우주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우주 상수’의 개념입니다. 그러나 10년 뒤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관측으로 입증되자 자신의 가설을 ‘최악의 실수’라고 말하면 철회합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우주 상수’라는 개념은 암흑 에너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결국 21세기에 들어 표준 우주론 모델의 일부로, 하나의 정설이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텅 비어 있는 우주 전체에 우주를 팽창시키는 방향으로 일정한 에너지가 항상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리조나 킷 피크 천문대의 야경(사진=AP/연합)
 
이 모델에 따르면,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 즉 거대한 폭발로 탄생했으며, 전체 구성 요소는 원자 물질 5%, 암흑 물질 25%, 그리고 암흑 에너지 70%로 이루어져 있고 우주는 영원히 가속 팽창하여 은하와 은하, 별과 별 사이가 점점 멀어져, 언젠가는 보이지 않고 먼지처럼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여전히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실체에 접근할 추가적인 단서를 발견한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만큼 이 암흑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은 물리학계의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19일 이 표준 우주론 모델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킷 피크 국립 천문대(Kitt Peak National Observatory)에 설치된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DESI)를 운영하는 다국적 연구팀은 표준 우주론 모델에서 인정하고 있는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가 상수가 아니라, 우주적 시간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측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이런 증거들은 우주가 영원히 가속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팽창이 둔화하여 안정적 상태로 남아 있거나 팽창을 멈추고 다시 위축되어 대붕괴(Big Crunch)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암흑 에너지를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천체물리학자 아담 리스(Adam Riess)는 뉴욕 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우리가 약 25년 전 암흑 에너지를 발견한 이래 그 본질에 대해 얻은 가장 강력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애리조나 대학 연구원인 엔리케 파야스(Enrique Paillas) 박사는 수요일 DESI 측정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1500만개의 은하와 다른 천체들을 관측한 결과 암흑 에너지가 주도하는 우주 가속이 예상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고, 현재는 표준 모형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약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된 데이터와 이론 간의 불일치는 최대 4.2 시그마(물리학자들이 선호하는 불확실성 단위)로 결과가 우연일 확률은 5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번 발표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 회의에서 이루어졌으며, 해당 결과를 설명하는 논문은 동료 심사를 거쳐 Physical Review D 저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DESI가 지구(사진 중심)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들을 관측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한 사진. 여기에는 밝은 은하(노란색), 밝은 적색 은하(주황색), 휘선(輝線) 은하(파란색), 그리고 퀘이사(초록색)가 포함되어 있다. 중앙의 확대된 부분 가장 밀도가 높은 조사 지역을 보여주며 DESI 조사 전체 볼륨의 0.1% 미만을 나타낸다.(사진=DESI)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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