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금융)⑦(현장+)QR결제 활발…외국인은 알리페이
2025-12-12 06:00:00 2025-12-12 06:00:00
(자카르타=신수정 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는 최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흔히 사용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문턱이 높았습니다. QRIS 표준망은 내국인에 집중됐고, 한국의 간편결제 앱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범아시아 결제 네트워크를 갖춘 알리페이를 활용해 외국인 결제 인프라의 구조적 제약을 우회적으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장 일정 중에 주요 금융단지 SCBD(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 내 글로벌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등 매장을 찾아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를 시도해봤습니다.
 
QR 결제, 외국인 접근성 한계
 
인도네시아는 은행 계좌가사에서 없는 언뱅크드(Unbanked)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모바일 QR 결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보편화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국가입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의 글로벌핀덱스(Global Findex)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성인 인구의 51%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월 기준 2억7870만명 인구의 절반인 1만4000명 이상이 은행 계좌가 없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복잡한 신분 증명, 최소 예치금, 낮은 신뢰도 등 일반 시민들에겐 장벽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 계좌 연동이 필요없는 전자지갑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또한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고젝(GoJek)이나 그랩(Grab) 등 플랫폼에서 손쉽게 현금을 충전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전자지갑과 QR 결제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현지에서도 취재팀이 어느 매장을 들어가든지 결제 방식은 QR 결제를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자카르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종업원이 결제 단말기를 보여주며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인도네시아 한 커피 매장에 위치한 QRIS 기준 QR코드 안내판. (사진=뉴스토마토)
 
일반적으로 접하는 QR 결제는 인도네시아 QR코드 표준 결제 시스템인 큐리스(QRIS)입니다. 큐리스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of Indonesia)이 2019년 도입한 QR코드 단일 통합 표준으로, 인도네시아의 현행 QR 결제 시스템 기반을 다지고 금융포용성을 극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전까진 신용카드나 고페이(GoPay), 오보(OVO), 다나(DANA), 쇼피페이(ShopeePay) 등 전자지갑(E-Wallet) 또는 이커머스 플랫폼 결제 서비스 등 결제 수단에 따라 제각기 다른 QR코드를 사용했는데, 큐리스 표준화를 통해 모든 가맹점에서 통일된 QR 결제가 가능해졌습니다. 
 
SCBD 지역은 금융도시 자카르타 안에 있는 금융단지인 만큼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은행인 BCA와 Mandiri 등 전통 은행 계좌와 연동된 형태의 QR 결제가 많습니다. 
 
취재팀도 자카르타의 한 음식점에서 QR 결제를 시도하려 했지만, 함께 있던 주재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은행 실물계좌와 연동된 QR 결제망은 내국인이나 장기 취업·유학 비자가 있는 외국인만 사용할 수 있다"며 "현지 은행에서 쉽게 여행객들에게 은행 계좌를 개설해주지 않아서 지금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가 자카르타 숙소 내부에서 BCA 은행의 QR 결제 이벤트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 페이사, 인니 결제 지원 저조
 
그렇다면 한국의 간편결제사 상황은 어떨까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도 여러 대륙과 국가에서 해외 현장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는 2023년 9월 유니온페이, 알리페이플러스, 위쳇페이 등 국내 페이 중 가장 많은 글로벌 페이사(최대 3개)와 제휴해 해외 결제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9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QR 결제와 NFC 결제 등 국경 간 결제 서비스 범용성을 넓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에서 네이버페이는 카메라를 통해 QR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을 쓰고, 카카오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접촉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왼쪽)와 카카오페이의 해외 결제 국가 선택 명단.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인도네시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취재팀이 국내 간편결제로 현지 결제를 시도했지만, 앱 내 해외 결제 지원 국가에서 인도네시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유니온페이, 알리페이플러스 등 글로벌 간편결제망을 거쳐 결제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로밍이 불안정하면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결제를 제공하는 곳은 알리페이였습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로 알려진 알리페이는 이미 현지 가맹점들에 자체적인 결제 단말기를 광범위하게 보급해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했습니다.
 
QRIS 결제와 한국 페이사 결제 모두 실패한 취재팀이 알리페이 결제를 묻자 종업원은 “알리페이? 오!(Oh!) 슈어(Sure)!”라고 답하며 곧장 알리페이 전용 NFC 단말기를 들이밀었습니다. 내국인 중심의 QR 결제망이란 장벽을 뚫은 것은 결국 글로벌 결제망 파트너십이었습니다.
 
실물 신용카드, 결제 가장 편리해 
 
취재팀이 방문한 자카르타 한 매장에서 종업원이 BCA 단말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는 의외로 가장 간편하고 용이했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 많은 가맹점에서 실물 카드를 사용할 경우, 결제 영수증에 고객의 서명을 별도로 받는 절차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때 받아 간 영수증은 카드 분실이나 도난으로 인한 부정 결제가 발생했을 때 가맹점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이의제기 등을 위한 증거로 쓰입니다. QR 결제 활성화 이전엔 신용카드보다 현금 사용률이 높았기 때문에 서명 확인 절차가 안전장치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취재팀 역시 신용카드로 결제한 이후 결제 확인 영수증 이외 업장 전용 영수증에 확인 서명을 적어 따로 돌려줬습니다. 
 
취재팀이 자카르타의 한 BSI은행 ATM을 통해 10만루피아(한화 8840원) 소액 대출을 실행했다. 사진은 출금된 인도네시아 화폐. (사진=뉴스토마토)
 
신용카드 단기대출은 외국인도 쉽게 이용 가능합니다. 길을 지나다 현지 ATM을 체험해보기 위해 취재팀은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은행인 BIS(Bank Syariah Indonesia)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 서비스를 시도해봤습니다. 현지 은행 계좌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결제를 지원하는 비자(VISA), 마스터카드(Marstercad) 연계 신용카드를 투입했는데, 비밀번호와 금액 선택 만으로 간단히 단기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선전도 눈에 띕니다. 우리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QR코드만으로 출금이 가능한 카드리스(Cardless) ATM 서비스 구축을 위해 인도네시아 결제사업자 Artajasa, BRI은행 등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한 주재원은 "인도네시아 페이먼트 시장은 신용카드가 주도하지 않는 구조라 국내 카드사들이 현지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전자지갑과 QR 결제가 생활 전반에 빠르게 장악한 결제 트렌드를 인식해 비카드 기반 디지털 결제로 전략을 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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