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불안·불면, 면역의 ‘최전선’을 허문다
사우디 연구진, 젊은 여성 60명 대상
비정상 세포 제거하는 NK 세포 감소
2025-12-18 10:40:40 2025-12-18 14:37:00
불안과 불면이 면역체계의 핵심 방어 능력을 조용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감염과 종양을 초기에 차단하는 중요한 면역세포의 수를 눈에 띄게 줄인다는 분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진은 12월10일 학술지 <면역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Immu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불안 증상과 불면을 겪는 젊은 여성일수록 ‘자연살해세포(NK cell)’ 수가 유의미하게 줄어든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혈액을 통해 온몸을 돌면서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직접 없애는 NK 세포의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불안과 불면을 겪는 젊은 여성일수록 ‘자연살해세포(NK cell)’ 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NK 세포는 혈액을 통해 온몸을 돌면서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직접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미지=챗GPT 생성)
 
NK 세포는 면역체계의 ‘신속 대응 부대’로 불립니다. 외부 병원체나 손상된 세포를 초기에 감지해 제거함으로써 질병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포의 수가 줄어들면 면역 시스템 전반의 균형이 흔들리게 됩니다.
 
불안 심할수록 NK 세포 더 줄어
 
연구는 17~23세 여성 대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불안과 수면 상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작성했고, 혈액 검사를 통해 NK 세포의 유형과 수를 측정했습니다. 전체 참가자의 약 53%가 불면에 해당하는 수면 장애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75%는 불안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중등도 이상의 불안을 겪는 비율도 적지 않았습니다.
 
불안 증상이 있는 학생들은 증상이 없는 학생들에 비해 혈중 NK 세포의 비율과 절대 수가 모두 낮았습니다. 특히 불안이 중등도 이상으로 심할수록 순환성 NK 세포의 감소 폭이 더욱 컸습니다. 반면 불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감소가 관찰되긴 했지만, 통계적으로 뚜렷하지는 않았습니다. 불면을 겪는 학생들 역시 감염 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주력 NK 세포를 포함해 주요 NK 세포 유형 전반에서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불면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면역 저하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타이바대 면역학과 레나드 알하마위(Renad Alhamawi) 교수는 “불면 증상이 있는 학생들에서는 전체 NK 세포와 하위 집단의 수와 비율이 모두 감소했다”며 “불안 증상이 있는 학생들 역시 순환성 NK 세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일상의 곳곳에서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이 영화관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NK 세포 감소는 단순히 감염 위험 증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NK 세포가 줄어들 경우 만성 염증, 종양 발생, 일부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알하마위 교수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면역세포의 분포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은 염증 반응과 종양 형성의 기전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여성만 대상, 추가 연구 필요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젊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안과 수면 문제는 최근 젊은 여성에서 특히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연령과 성별, 지역에 따라 면역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보다 다양한 집단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은 NK 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과 불면이 지속될 경우 신체의 정상적인 생리 과정, 특히 면역 반응을 방해해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만성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모든 장기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포와 분자 수준까지 영향을 준다”며 그 예로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의 과잉 활성화,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수면 장애, 근육 긴장, 대사기능 장애, 면역체계 불균형, 염증 등을 듭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일부 질병 및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의 발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무디게 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는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정신 건강 관리와 수면 개선은 면역 건강을 지키는 데도 중요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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