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부착해 11일 동안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연속혈당측정기
[뉴스토마토 임삼진 기자] 최근 당뇨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과 전당뇨인들 사이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CGM) 바람이 불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이른바 당 스파이크(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현상)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부터일 것이다.
지난 건강검진에서 필자의 공복혈당은 101. 정상치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수치지만,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의미하는 당화혈색소는 5.4로 정상이다.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매체에서 쏟아지는 당 스파이크에 대한 경고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나에게 당 스파이크는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까?', '내가 건강식이라 믿고 먹는 음식들, 그리고 세간에 떠도는 혈당 관련 속설들은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실험에 나섰다. 나름의 안전 기준선을 혈당 '170'으로 정하고, 시중 유명 제품 중 11일 연속으로 부착해 측정할 수 있는 D사의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부착했다. 그리고 11일간 기록된 데이터는 그동안 가졌던 건강 상식들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건강식' 돌솥밥의 배신…탄수화물의 가공할 위력
체험 기간 중 가장 깜짝 놀랄만한 첫 번째 사건은 이른바 '건강식'이라고 굳게 믿고 자주 즐겼던 고등어구이와 돌솥밥의 배신이었다.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구이에 갓 지은 돌솥밥은 훌륭한 웰빙 건강 식단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식전 106이었던 혈당은 식사 후 무려 215까지 치솟았다. 무려 100을 상회하는 스파이크를 일으킨 것이다.
범인은 탄수화물이었다. 며칠 후, 동일한 메뉴에서 돌솥밥의 양을 반으로 줄여보았다. 그러자 최고 혈당이 180선에서 멈췄다. 밥 한 공기에 숨어있는 탄수화물이 당 스파이크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비타민 가득' 과일의 두 얼굴… 복숭아와 체리가 끌어올린 190
탄수화물의 위력에 이어 또 한 번의 큰 충격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과일'이었다. 평소 과일을 워낙 좋아해 식후 디저트로 복숭아 1개, 살구 2개, 체리 5개 등을 한꺼번에 즐겨 먹곤 했다. 몸에 좋은 비타민과 섬유질을 섭취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가 찍어낸 그래프는 냉혹했다. 이 같은 식후 과일 섭취 습관은 내 몸의 혈당을 여지없이 185~1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과당의 폭발적인 위력을 확인한 뒤, 지금은 식습관을 완전히 고쳤다. 혈당 수치는 모든 과일의 양을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조금씩 맛보라는 맞춤형 가르침을 주었다.
식후 2시간 측정치의 함정…피크 타임은 다를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혈당은 '식후 2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2시간 뒤 수치가 정상이면 당 스파이크가 없었다고 안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가 보여주는 그래프는 달랐다.
어떤 음식은 식후 90분 뒤에 혈당이 정점을 찍고 내려왔고, 어떤 음식은 120분이 지날 무렵, 혹은 그 이후에야 뒤늦게 최고치에 도달하기도 했다. 만약 혈당 피크가 90분에 온 식단이었는데 식후 2시간(120분)에 1회용 채혈기로만 측정했다면, 이미 혈당이 내려간 상태를 보고 "스파이크가 없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식단별로, 그리고 개인의 대사 상태에 따라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므로 단순히 '2시간 후가 최고점일 것'이라는 추정은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1000보 걷기보다 훨씬 강력한 '줄넘기 50회'의 마법
혈당을 낮추는 데는 역시 운동이 필수였다. 식후 가볍게 1000보 정도를 걷는 산책도 혈당을 10~15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효과는 '유산소 운동'에서 나타났다.
식후 혈당이 오르는 시점에 줄넘기를 불과 50~60회씩 2~3차례만 반복해 보았다. 결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상승하던 혈당이 30~40까지 급격히 꺾여 내려갔다. 이 운동 요법을 병행한 결과, 식단에 상관없이 필자의 혈당은 목표로 삼았던 170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부착해서 얻는 교훈이 많았다
혈당 관리에 관한 이론이나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100번 듣는 것보다, 내 몸에 직접 센서를 달고 확인하는 것이 훨씬 강력했다. 11일간의 기록은 내 식단, 내 운동 습관 등 나의 일상생활이 혈당에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교훈화'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연속혈당측정기 구입에 들인 8만여원이라는 비용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결코 아깝지 않았다. 여러 이론이나 속설들, 이런저런 처방들이 나에게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속혈당측정기 체험은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내 몸에 맞는 데이터'를 찾게 해준 진정한 산교육이었다.
임삼진 기자 isj2020@etomato.co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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