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새 정부 들어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생애 처음으로 서울 주택을 매수한 무주택 30대 비율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1~11월)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나선 매수인은 5만4932명이며, 이 중 30대는 2만7394명으로 49.88%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30대 생애 첫 부동산 구매 비율은 2020년 47%까지 치솟았다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2022년 36.7%로 내려갔습니다.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0년에서 2021년 생애 첫 주택을 매수한 30대는 각각 4만1357명, 3만5382명이었지만 2022년과 2023년은 고금리 여파로 각각 1만4197명, 1만5438명으로 급격기 줄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2만2298명으로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가 점차 증가한 이후 올해 11월까지 2만7000건을 넘어서며 지난해 수치를 상회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시내 부동산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30대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가 증가한 배경에는 규제 속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에는 정책 금융 지원 확대가 매수 비중 증가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똘똘한 한 채’ 선호와 함께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FOMO)이 매수 결정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퇴직연금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사용하는 30대도 증가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연령대는 30대(2만8476명)와 40대(2만2536명)가 각각 42.8%, 33.9%로 전체의 76.7%를 차지했습니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출 수요는 늘었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규제가 강화해 퇴직연금까지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전셋값 상승, 서울을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맞물리며 강남권과 한강변 등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30대 생애 최초 매수를 늘린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 팬데믹 시기처럼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르던 때와 달리, 현재는 신규 분양 공급 부족과 높은 분양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는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에 주택 구입 FOMO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0대 생애 최초 매수는 과거처럼 가격 급등에 따른 패닉바잉이라기보다 실거주 목적의 합리적 선택에 가깝다”며 “전체 거래에서 30대 비중이 가장 높아 현재 주택 시장에서 핵심 수요층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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