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미 소비주의 몰락
미 증시 17% 오를 때 코스트코 7% 내렸다
소비섹터 부진 뚜렷…실적 괜찮은데 눈높이 하향 조정
내년 전망도 흐림…보기 드문 장기 하락 되돌릴까?
2025-12-24 06:00:00 2025-12-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 한 해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함께 크게 상승했지만, 코스트코 등 대표 소비주들은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돈 것은 물론 일부는 연초보다 하락해 체감온도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반면 같은 소비주라도 미국판 다이소라는 달러제너럴 등은 오히려 주목받으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고용·소비 증가세 둔화로 고전이 예상되는데요. 지금의 양극화가 더욱 강화될지 코스트코 등이 특유의 저력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AFP)
 
최고 실적에도 주가 약세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코스트코홀세일(종목기호 COST)은 0.72% 하락한 849.8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코스트코는 8월 결산법인으로 지난달 2025년 8월까지의 연간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실적 기록도 6월 초부터 이어진 주가 약세를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코스트코는 지난 2월3일 처음으로 1000달러 고지를 밟은 후 13일에 1073달러로 최고가 기록을 썼습니다. 3월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관세 여파에 크게 밀리기도 했으나 4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5월 중 1050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상승 대열에 올라탄 것처럼 보였습니다. 남들이 관세 여파를 걱정하던 시기에도 승승장구하며 기세를 올린 덕분에 코스트코는 관세 리스크 방어력이 좋다는 평가도 따랐습니다.
 
하지만 6월 초부터 갑작스럽게 하락세로 돌아선 뒤로는 반년 넘게 강세장과는 동떨어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장(S&P500지수)이 연초 이후 16.94% 오르는 동안 코스트코는 오히려 6.75% 하락하는 부진을 나타냈습니다. 하반기부터 계산하면 시장은 10.85% 상승했고 코스트코는 13.90%나 하락했습니다. 시장 평균에 견준 체감 낙폭은 25%나 되는 것입니다. 
 
2022년 4월 한 달여간의 충격적인 하락처럼 부진했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길게 봤을 때 2009년 이후 이렇다 할 부침 없이 장기간 안정적인 상승을 이어온 코스트코가 이렇게 오랜 기간 부진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직접적으론 연간 회원 갱신률 하락 소식이 악재였습니다.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에게 부과하는 연간회비가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주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갱신률 하락은 유료 회원의 이탈을 의미합니다. 이는 또 다른 창고형 매장이나 월마트(WMT), 타겟(TGT) 등 일반 대형 소매점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달러제너럴(DG), 달러트리(DLTR)와 같은 저가형 리테일 업체들의 도전도 무섭습니다. 달러제너럴 등은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곳으로 1달러 수준의 저가 상품들을 판매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 다이소가 폭풍 성장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저가형 매장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트코 주가가 약세에 빠져 있는 것과 달리 달러제너럴은 2023~2024년의 부진에서 탈출해 올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 들어 상승폭이 커졌는데요. 22일 종가 137.50달러는 연중 최고가이기도 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관세 환불 판결한들… 
 
사상 최고 실적 기록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코스트코 투자자들로서는 안타까운 점입니다. 코스트코는 리테일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성장률은 높지 않아도 꾸준한 매출과 이익이 나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가는 6월부터 꺾였지만 8월까지의 2025년 연간 실적은, 매출액 2752억달러, 영업이익 103억달러 모두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11월 말 기준으로 나온 1분기 실적도 매출액 683억달러, 영업이익 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실적보다는 미래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코스트코가 당면한 이슈는 관세 환급 소송입니다. 전 세계 공급자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대량 조달해 판매하는 코스트코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매우 큰 악재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한 관세 전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이 많은데요. 코스트코도 그 중 한 곳입니다. 그 판결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엔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연방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무효라고 판결해도 다른 방법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구조가 영구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 때문에 관세 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장기간 하락 드물어
 
올해 미국 증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주식이 코스트코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실물경기를 보여준다는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용품 판매업체 홈디포(HD),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갬블(PG)도 연초 이후 주가가 마이너스입니다. 아마존(AMZN), 마스터카드(MA) 등도 주가가 조금 올랐을 뿐 시장 평균에 비해 크게 뒤집니다. 심지어 국내에선 맹위를 떨친 것처럼 보이는 넷플릭스(NFLX) 상승률도 5.90%에 그칩니다. 
 
이들보다 코스트코가 유독 부진했던 것은 투자자들의 믿음이 컸던 만큼 과도하게 높았던 밸류에이션이 내려오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미국 현지 기관들도 실적 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밸류를 조정하는 곳들은 있습니다. 그로 인해 투자 의견도 엇갈립니다. 로스캐피탈은 최근 코스트코의 목표가를 기존 906달러에서 769달러로 크게 내리고 매도 의견을 냈는데요. 반대로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는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JP모건은 목표가를 조금 올렸고 골드만삭스는 1218달러에서 1171달러로 내렸습니다. 
 
내년 경제 전망도 고용 증가세 둔화, 소비 성장세 감소 등 소비 섹터에 반가운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적 감소를 예견한 곳은 없습니다. 코스트코만 해도 내년 월가의 평균 목표가는 약 1068달러로 현재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눈높이가 관건인데요. 대표적인 소비주들이 내년에도 계속 부진할지, 장기 주가 차트에서 보여준 것처럼 결국엔 다시 상승 그래프를 만들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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