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에도 임종룡 회장 연임 강행
2025-12-29 17:11:33 2025-12-29 17:33:06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내부 권력 집단)'이라 지적했음에도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임종룡 현 회장의 연임을 강행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와 맞물려 우리금융 앞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9일 임종룡 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임 회장은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이 이뤄지면, 차기 회장으로 3년의 임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강행 임추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 본점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 회장을 추천한 배경으로 "재임 중 증권업 진출과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며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타 그룹 대비 열위였던 보통주자본비율 격차를 좁혀 재무안정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가총액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그룹 신뢰도를 개선한 것도 호평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우리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브리핑을 가진 것은 이례적인데요. 앞서 이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과 '참호 구축식' 승계 기조를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회장을 했다가 은행장을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10~20년씩 해먹는 모양"이라고 지적하며 소수 인사들 중심의 폐쇄적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 임추위원장도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깜깜이 인사' 논란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그동안 외부 후보군이 공개되지 않은 채 내부 후보 중심으로 회장 인선이 진행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는 "유능한 외부 후보를 모시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차원에서 외부 후보를 비공개하는 것이 더 낫겠다 판단했다"며 "깜깜이 인사라기보다는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봐달라"고 했습니다. 또한 "현직 회장이나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고 있지 않다"며 "감독기관에서 (지배구조 관련) 모범 기준을 새로 도출하면 보완해야 할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임 회장의 연임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BNK금융지주(138930)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내년에도 다른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살펴볼 예정인데, 금감원이 이번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 여부 등에 대해서도 추후 검사 또는 검증에 나설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에서 이번 임 회장 연임 결정이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통령이나 감독 당국의 기조를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임종룡(사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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