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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7일 11: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가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폐기물 산업은 ESG 관점에서 주로 조명돼 왔지만, 투자 현장에서는 인허가 장벽이 높아 경쟁이 제한된 인프라 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 수도권매립지 직매립 금지와 폐기물 수출입 규제 강화 등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폐기물 시장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중장기 성장성을 갖춘 섹터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IB토마토>는 폐기물 처리 산업의 구조와 정책 변수, 이를 둘러싼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외 PEF가 최근 몇 년간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다. 한동안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단가 조정 국면을 거쳤지만, 올해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기점으로 소각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종량제 쓰레기를 땅에 바로 묻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다. 시행 초기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재난이 발생하거나 소각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을 제외하고는 소각·재활용 처리 후 남은 잔재물 등만 매립할 수 있도록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수도권 3개 광역 시·도(서울·인천·경기도)가 합의한 것이다. 수도권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수도권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이에 관련 업계에선 수도권 외 민간 소각장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한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기준으로 52만톤에 달하지만, 서울시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만으로도 규모가 110만톤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매년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생활폐기물은 370만톤에 달한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폐기물 처리 시장을 장악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글로벌 투자사 KKR는 약 1.8조원의 거금을 들여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 처리 자회사 2곳(리뉴어스, 리뉴원)을 인수했다. 리뉴어스는 수처리 기업, 리뉴원은 폐기물 소각·매립 회사다.
이 외에도 IMM 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IMM크레딧앤솔루션)은 2024년 12월 태영그룹과 KKR가 각각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 에코비트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으며, EQT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기업 KJ환경을 1조원에 인수했다.
인허가 프리미엄으로 수요 보장된 인프라 자산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폐기물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이유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직접적인 영향이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보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산업은 가계 소비가 줄어도 폐기물은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435kg, 2021년 438kg, 2022년 446kg으로 꾸준히 늘었다. 나아가 소각·매립은 대부분 지자체와 대기업 간 중·장기 위탁 계약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다.
인허가 프리미엄과 희소성도 PEF가 눈독을 들일 만한 요소다. 폐기물 처리는 사실상 신규 진입이 불가능한 인허가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서울시에 민간 폐기물 소각 시설이 없는 이유도 환경부와 지자체 승인, 주민 수용성 확보, 부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신규 진입이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각장은 지역 반발로 인해 신규 증설이 사실상 막혀 있다.
이 같은 특성은 고금리 환경에서도 차입을 동반한 인수(LBO)가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국내 폐기물 업체들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M&A 시장에서 다른 산업보다 높은 EBITDA 멀티플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PEF 입장에서는 폐기물 업체가 타 업종과 달리 안정적인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캐시카우 자산인 셈이다. PEF는 희소 가치를 지닌 업체를 인수해 몸값을 높인 뒤 매각하는 전략을 통해 매년 배당을 통한 투자원금 회수와 매각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ESG는 부차적인 요소…본질은 수요가 보장된 인프라 자산
나아가 폐기물 시장은 중장기적으로도 완만한 우상향 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정KPMG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2023년은 경기 침체에 따른 폐기물 발생량 감소와 더불어 충청권 3개 매립장 신규 개시가 맞물렸다. 이에 일시적인 공급 과잉 국면이 형성, 이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며 처리 단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기존 매립·소각 업체의 운영 종료로 공급이 감소하고 폐기물 발생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폐기물 처리 단가가 반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완만한 우상향 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최근 공공 소각장 폐기물 처리 단가는 톤당 약 11만원에서 15만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2021년 이후 단가가 하락하면서 2023년 톤당 처리 단가가 5만원 대로 폭락한 것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올해 직매립 금지로 인해 민간 소각장을 찾는 수요가 폭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민간 소각장 폐기물 처리 단가는 20만원을 넘길 것이란 예상이다. 민간 소각장 폐기물 처리 단가가 통상 30~40% 더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 소각장 처리 비용은 톤당 평균 13만1000원인 반면, 민간 소각장은 평균 18만1000원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직매립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각 지자체에 5년 유예기간을 줬지만, 서울시의 경우 공공소각장 신·증설을 한 곳도 하지 못하는 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민간 소각장 처리 단가는 앞으로 더욱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외 PEF가 ESG 이점보단 단기적인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 국면을 지나, 소각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업사이클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고 진단한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EF들이 최근 몇 년간 폐기물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한 ESG 테마 때문이 아닌 정책적으로 수요가 보장된 인프라 자산의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며 “ESG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 본질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인허가 사업 프리미엄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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