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가 일으킨 12·3 내란사태에 대한 특검 구형이 13일로 미뤄졌습니다. 애초 지난 9일 구형이 예정됐지만, 당일 재판이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재판 지연' 전략에 지귀연 재판부가 소극적으로 대응, 끌려다닌 탓입니다. 윤씨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해 거센 논란을 빚었던 지귀연 재판부의 소송 지휘는 마지막까지 도마에 오르게 됐습니다.
지난해 4월 윤석열씨 등 12·3 내란사태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9일 오전 9시20분부터 윤씨와 김 전 장관 등 피고인 8명의 내란죄 등 혐의 공판기일을 시작, 밤 12시11분 종료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늘(10일) 새벽 1시에 (윤씨 측 서증 의견진술을) 진행하는 건 제대로 된 변론이라고 하기 힘들다"며 "다른 피고인들까지 (서증 의견진술) 끝내고 13일에 윤석열 피고인 (서증 의견진술) 진행하고 구형하자"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13일 무조건 종결을 약속한다. 그 이후로는 없다. 언제가 되든 늦게까지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애초 9일 내란 재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지난 7일 41차 내란 혐의 공판에서 특검 서증조사가 진행된 만큼, 이날 변호인 서증조사를 끝낸 뒤 특검 구형과 피고인들 최후진술 등 결심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결심공판 절차는 시작도 못하고 재판이 종료됐습니다. 점심과 휴정 시간을 제외한 실질 재판 시간 약 12시간30분 중 김용현 전 장관 측 서증조사에만 8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간 공판에서 김 전 장관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 등 온갖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마지막까지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한 겁니다.
9일 재판에서도 김 전 장관 측은 첫 순서로 변론을 시작하더니 오전 재판 시간을 모두 할애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오후 재판에서도 김 전 장관 측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변론을 살펴보면, 불필요한 발언이 다수였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이 피고인들을 호명하며 '직함 없이 이름만 부른다'고 항의했습니다. 이하상 변호사는 "나이 어린 검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호칭 없이 부른다"며 "살아있는 비리에 눈 감으니 검사들이 개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아냥거렸습니다.
아울러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이 계엄 선포 판단권을 대통령에게서 훔쳐갔다. 특검의 특수절도", "이 사건 공소장은 반국가세력에 의해 쓰여졌다", "국회 앞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군이 갔다", "민주당이 계엄군을 도발해 폭동을 유도했다" 등의 주장까지 했습니다. 시간을 끌고 재판을 늦추려는 속셈이 담긴 변론만 이어간 셈입니다.
김 전 장관 측 변론은 오후 5시40분 1차 종료됐습니다. 재판부가 그제야 다른 피고인들 먼저 변론을 하는 건 어떠냐며 소송 지휘한 겁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 측은 이후에도 추가로 1시간30분가량 변론을 이어갔습니다. 특검이 '(변론요지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고 항의하자 김 전 장관 측은 "혀가 짧아서 빨리 말하면 혀가 꼬인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지호 전 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측은 각각 1시간 내로 증거조사를 마쳐 김 전 장관 측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지난 9일 윤석열씨 등 12·3 내란사태 재판 일지.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러다 보니 결국 윤씨 측은 서증조사 시작도 못한 채로 재판이 종료됐습니다.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길어지면서 마지막 순서인 윤씨 측은 이튿날 새벽 1시쯤에나 변론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윤씨 측은 6~8시간 정도의 서증조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만약 윤씨 측이 10일 새벽 1시에 의견진술을 시작하고 뒤이어 특검 구형까지 이어졌다면, 사상 초유의 '24시간 결심공판'이 진행될 판이었습니다.
윤씨 측과 김 전 장관 측은 서증조사를 길게 하는 이유에 관해 '피고인 방어권'을 강조했습니다. 윤씨 측은 '특검에서 서증조사를 7시간30분 했으니까 모든 피고인도 7시간30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특검의 서증조사가 길어진 이유는 변호인들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방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일 특검 서증조사 당시, 변호인단은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거나 특검의 발언 시간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하며 흐름을 끊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지금은 검찰의 시간"이라며 "공수 교대 시간이 있는데 (변호인들이) 브레이크를 다 잡는 게 유리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변호인들을 제지할 정도였습니다. 재판부는 가장 많이 발언한 김 전 장관 측에겐 따로 기일을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런 전례 때문에 9일 재판에서도 변호인들 변론이 길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입니다. 변호인들 역시 서증조사에 긴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선 재판부가 시간을 적절하게 분배해 소송을 지휘해야 했지지만,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변론이 너무 길어져) 시간이 없다'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 지연 비판을 의식한 듯 "재판부가 (지연을) 초래한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에 변론시간을 충분히 드린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일각에선 (재판을) 늦게 한다고 하지만 검사들이 잘 알 것"이라며 "한 달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빼고 계속 재판했다. 그나마 뺀 것도 변호인들이 시간 없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지 부장판사의 소송 지휘를 향해 날 선 비판이 나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측의 말을 충분히 듣는 절차를 거쳐야 결과에 승복한다. 그래서 각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건 맞다"면서도 "지귀연 부장판사의 소송 지휘가 비판받는 건 앞선 구속취소 결정에서 비롯된 사법 불신 때문이 아니겠느냐. 결심이 미뤄진 데 대한 비판도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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