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미국산 소고기도 비싸네"…달라진 마트 진열대
"국내산 포기했는데 외국산도"…설 앞두고 좁아지는 선택지
고환율에 수입 식자재 '가격 쇼크'…서민 장바구니 '이중고'
2026-01-23 16:18:32 2026-01-23 16:43:35
23일 서울시 노원구 소재 롯데마트 정육코너 모습 (사진=이혜지 수습기자)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이혜지 수습기자] 2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 개장 30분 만에 매장 곳곳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진열대 앞에서 가격표를 확인한 뒤 물건을 집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정육 코너보다 채소 코너에 사람들이 몰렸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방울토마토가 500g에 원래 7000원이면 샀는데 이제는 9000원, 만원까지 오르네요. 들었다가도 다시 내려놓게 돼요." 방울토마토 진열대 앞에서 5분 넘게 망설이던 40대 주부 A씨는 결국 장바구니를 든 채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습니다. 딸기와 사과, 귤 등 겨울철 인기 과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돌아서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고환율 여파로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마트 진열대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환율이 1400원대를 오가면서 미국산·호주산 소고기를 비롯한 외국산 식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국내산은 물론 수입산마저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방문한 노원구 소재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육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외국산과 국내산 모두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산 소고기는 100g당 척아이롤이 이마트 4380원, 롯데마트 328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대갈비살은 이마트에서 5470원, 사태는 2890원이었습니다. 호주산 소고기는 부채구이용이 이마트 4380원, 롯데마트 3850원, 샤브샤브·불고기용은 이마트에서 398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국내산 엄두도 못 내고, 외국산도 예전만큼 싸지 않아"
 
50대 주부 B씨는 "원래 호주산 소고기를 먹어왔는데, 요즘은 그것도 부담스럽다"며 "국내산은 엄두가 안 나고, 외국산도 예전만큼 저렴하지 않으니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일과 채소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딸기는 이마트에서 500g에 14900원(100g당 2980원), 롯데마트에서는 상생 딸기 7990원, 무라벨 설향딸기 9900원, 스마트팜 딸기 10990원으로 종류별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사과는 이마트에서 보조개사과 6~14개입이 12980원, 롯데마트에서는 부사사과 4~6개입이 9900원이었습니다.
 
채소류도 비쌌습니다. 무는 이마트 1680원, 롯데마트 1990원, 대파는 이마트에서 248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쌀값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마트에서 60900원, 롯데마트에서는 42900원에 판매 중이었습니다.
 
50대 주부 C씨는 "딸기, 사과, 귤 등 겨울 과일을 주로 먹는데 요즘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며 "과일은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데 부담스럽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20대 자취생 D씨는 "돼지고기가 100g에 700원 하던 게 이제 900원이고, 컵라면도 원래 1000원 중반대였는데 지금은 후반대"라며 "과일은 원래 비싸서 아예 못 사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설 예산, 작년보다 최소 10~20% 더 써야"
 
설 명절을 약 보름 앞두고 소비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50대 주부 C씨는 "마트 가서 물건 사고 결제하면 예전하고 똑같이 샀는데 금액이 훨씬 많이 나온다"며 "3~4개월 전부터 확실히 올랐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년 추석 때 먹었던 전을 부치려면 만원은 더 내야 작년만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체감상 20~30% 정도는 오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쌀값이 작년 10월, 11월부터 확 올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50대 주부 B씨는 "설 명절 대비해서 작년보다 10~15% 정도는 예산을 더 써야 할 것 같다"며 "월급 빼고 다 오르지 않았냐"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명절 음식 준비를 줄이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과거보다 구매 품목 수가 줄어든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번에 여러 품목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보다, 꼭 필요한 품목만 소량씩 담는 소비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특히 정육코너에서는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 소량만 구매하거나 아예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산 먹거리에 더해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수입산 먹거리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3일 서울시 노원구 소재 이마트 채소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혜지 수습기자)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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