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인센티브 선긋기'…개별 기업에 '노사갈등' 떠넘겨
2026-01-30 14:31:13 2026-01-30 14:31:1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삼성전자가 성과급 일부를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취업규칙에 정한 지급기준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연 2회 상·하반기 ‘목표 인센티브’, 연 1회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는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차액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매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조10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삼성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역대 최고 실적이다.(사진=뉴시스)
 
1월29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청구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금품 지급 의무가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돼야 임금으로 인정한다는 기준을 세운 바 있습니다.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인지는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겁니다.
 
평균임금은 이를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합니다. 평균임금은 퇴직금, 연차유급휴가 수당, 휴업수당, 재해보상금, 감급한도액 등을 산정하는 기초가 됩니다. 근로자에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종전과 같은 생활을 보장하는 성격이 있는 겁니다.
 
대법원도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그 기본원리로 하고, 평균임금을 그 산정의 기초로 하는 퇴직금제도는 직급, 호봉 등에 따른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거나 적은 금액으로 되는 것은 그 제도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입니다. 근로기준법도 평균임금으로 산출된 금액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하도록 규정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보면 기본급 외에도 성과급, 인센티브, 장려금, 특별상여금 등 형태가 다양합니다. 따라서 각 보수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인지 분쟁이 자주 발생하므로 대법원의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삼성전자가 지급한 성과 인센티브는 배분할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규모가 확정되면 그에 따라 사업부별 지급률이 결정됐습니다. 대법원은 EVA의 발생 여부와 규모를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외에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판단 등 다른 요인이 합쳐진 결과물로 봤습니다.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들이 통제하기도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쳐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품이 아니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된다고 판단한 목표 인센티브는 월 기준급의 120%에 조직별 지급률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됐습니다. 그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고, 목표 인센티브의 평가 항목 등을 고려하면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목표 인센티브의 지급의무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같은 날 특수한 경영성과를 전제로 성과를 근로자들에게 분배하는 성격의 금품인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매년 노사합의를 해 지급기준을 정하고 목표 달성 시 장기간 지급해 왔지만, 특별성과급은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외에 다른 요인의 영향력이 상당한 ‘당기순이익 실현’이라는 특수한 경영성과를 전제로 그 성과를 근로자들에게 분배하는 성격의 금품이라는 이유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은 인센티브나 성과급 등이 근로의 대가인지 판단할 때,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지급기준 달성을 통제할 수 있는지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지급기준 달성의 주된 이유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평가했습니다. 지급된 금품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겁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대법원판결 이후 다수 제기된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에 관한 판단기준이 어느 정도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개별적 사안마다 판단해야 한다는 한계로 인해 노사 모두 법원의 판단을 받는 기간 동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근로자는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나 성과급 등 보수를 받아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데, 받던 보수의 산정 방식에 따라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가깝다는 이유로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되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보수체계를 의도적으로 경영성과에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등 새로운 수당을 만든다면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평균임금성에 관한 분쟁이 늘어날 염려도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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