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폭언도 교권침해"…교권침해 방지 입법 시급
2026-02-23 14:33:45 2026-02-23 14:33:45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초등학생 자녀의 수행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폭언을 한 행위는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고등학교 교사로 알려진 학부모 A씨가 서울특별시 북부교육지원청(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 교육지원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교육지원청이 A씨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그에게 12일간의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조치한 건 적절하다고 본 겁니다.
 
2023년 10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단체원들이 '교권침해 NO! 학부모 결의대회 대 국민 선포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자녀의 수행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인이 연장자이고 고등학교 교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싸가지가 없다", "인성부터 쌓아라" 등의 폭언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담임교사의 안내를 받고도 계속해 민원을 제기하고 학교에 방문해 언성을 높이기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교육지원청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A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특별교육을 12시간 이수하라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교육지원청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충분히 기울였다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정당한 근거 없이 주장을 반복하고, 인신공격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저해할 정도라는 겁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담임교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A씨의 아동학대 신고로 담임 교체가 이뤄지기까지 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특별교육 12일 이수 조치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교육활동 보호라는 공익이 월등히 크므로 교육지원청의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제19조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란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에 소속된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해 상해·폭행·협박 등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 또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걸로 규정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의 반복 제기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 △형법상 공무방해 및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유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 부당 간섭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등입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에 의해서도 많이 이뤄집니다.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할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기관은 이 사실을 침해 학생, 그 보호자 등과 소속 학교의 장에게 통보하고, 소속 학교의 장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합니다. 신고자에게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됩니다.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중 하나의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해야 합니다. 보호자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하면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의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중 하나의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학생의 교육이나 본인에게 부과된 교육에 불참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2023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에 못 이겨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교권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자는 논의도 이뤄졌는데 아직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기부 기재의 실효성이 논란인 겁니다.
 
찬성하는 측은 학생이 교사에 대해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를 한 경우 생기부에 기재하는 것은 학생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하는 최소한의 교육적 장치라는 입장입니다. 교권침해 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생기부 기재로 인해 교육 현장이 오히려 과도한 행정심판이나 소송에 휘말리게 될 위험이 있고, 교육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재 제도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대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경우 생기부에 조치사항이 기재되고 있는데 실제 수시 전형에 많이 반영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꼭 생기부 기재가 아니더라도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는 그로 인한 책임을 학생이 지게 할 필요가 있고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저지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절차를 이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되 그 과정에 실효성 있는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고 법률가의 판단을 거치도록 해 사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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