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주전…저리 융자 업은 독일에 한화 ‘긴장’
독 선택 시 ‘235조 금융망’ 수혜
성능 앞선 한, ‘안보 고립’ 경고등
2026-02-18 12:14:15 2026-02-18 12:14:1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캐나다가 유럽 방산 공동조달 금융 프로그램인 ‘SAFE’ 협약에 공식 서명하면서 차세대 잠수함 도입전을 둘러싼 한·독 경쟁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SAFE 가입 자체는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공식 서명 이후 수주전의 분위기가 독일 측에 우호적으로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성능과 납기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으로서는 수주 셈법이 한층 복잡해진 양상입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특사(가운데)가 자신의 SNS를 통해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최초로 SAFE 회원국 지위를 획득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사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 등 관계자들이 SAFE 가입 협약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마크 카니 엑스(X) 갈무리)
 
18일 캐나다 국방부에 따르면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비유럽 국가 최초로 SAFE 협약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맥귄티 장관은 서명 직후 캐나다 국영방송 CBC 뉴스 등을 통해 “이번 협정은 우리의 공동 안보를 강화하고 핵심 방위 역량 개발을 지원하며 캐나다 산업계가 유럽 방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안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AFE 프로그램은 회원국이 유럽산 무기를 공동 구매하거나 방산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로, 대형 무기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됩니다. 캐나다는 약 1080만달러(156억원)의 가입비를 내는 대신 총 1620억달러 규모(235조원)에 달하는 유럽 방산 기금의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캐나다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이번 가입비에 대해 “EU가 참여국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 규모에 비례해 산정한 액수”라고 보도했습니다. 156억원이라는 금액이 단순한 참가비를 넘어, 캐나다가 유럽 시장에서 확보할 수주 물량에 대한 양측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SAFE 핵심 규정(제16조 등)에 따르면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은 구매 장비의 최소 65%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럽 방산 생태계 복원을 목적으로 설계된 이 프로그램이 사실상 역외 국가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보호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특히 이 조항은 무기를 파는 대신 현지 업체에 일감을 주거나 기술을 이전해주는 한국 특유의 ‘절충교역’(Offset) 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한화오션은 그간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 폭넓은 파트너십을 맺으며 파격적인 산업 협력을 약속해 왔으나, 캐나다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을 늘려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일수록 유럽산 비중이 낮아져 SAFE의 저리 융자 혜택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잠수함을 선택할 경우에만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 혜택인 셈입니다.
 
한화오션은 성능과 납기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화가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직발사관(VLS)을 탑재해 독일의 212CD 모델보다 잠항 능력과 화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경쟁사보다 3년 빠른 2032년 인도를 약속해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독일이 ‘나토 동맹’이라는 정치적 자산에 SAFE를 통한 금융 혜택까지 더하면서 한국 측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독일이 선점한 ‘대서양 안보 혈맹’의 벽을 뚫고 유럽의 금융 지원을 압도할 수 있는 파격적인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입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관여를 넓히고 있지만 실제 캐나다에 가보니 안보적 무게중심은 여전히 북극해와 유럽에 쏠려 있었다”며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독일의 영향력도 캐나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뮌헨안보회의는 유럽 중심의 아젠다를 다루는 만큼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하지만 캐나다의 안보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만큼 면밀한 대응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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