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이사 후보자 앞에 수익성 개선과 이미지 회복, 매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습니다. 금융당국 제재로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요. 역대급 악조건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해킹 사태 제재 수위 촉각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정상호 전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오는 12일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종료를 기점으로 신임 대표를 최종 선임할 예정입니다. 조좌진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발생한 297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후임 인선이 이뤄졌습니다. 롯데카드는 외부 인사 영입 대신 내부 출신을 선택하며 조직 안정과 위기 수습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정 후보자는 과거 LG카드(현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을 거친 카드업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롯데카드에서 카드사업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맡아 영업·마케팅 전반을 총괄했습니다. 내부 사정에도 밝아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재직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내부를 잘 이해하고 있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향후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수익성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후보자가 맞이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해킹 사태와 관련해 최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3개월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후 개인정보 유출 시 최대 6개월까지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가 강화됐으며 이번에 롯데카드에서 다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부담은 적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관련 매출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최대 800억원 수준까지 거론됩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14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해 수익이 모두 사라지는 셈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사고 이후 비교적 신속하게 수습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고 수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롯데카드 수익성 역시 가시밭길입니다. 조좌진 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해킹 사태 이후 고객 보상안을 확대하면서 4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814억원은 전년(1354억원) 대비 39.9% 감소한 규모입니다. 해킹 사태 여파가 연간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킹 사태로 이탈한 고객을 다시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개인 회원 수는 953만명으로 해킹 사고 이전인 같은 해 8월 말(966만명)과 비교해 13만명 감소했습니다. 회원 기반이 축소되면서 개인신용판매 점유율도 9%대 초반에서 8%대 후반으로 하락했습니다. 고객 신뢰 회복과 함께 회원 수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 반등의 관건으로 꼽힙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 업황 자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킹 사태까지 겹치며 롯데카드의 경영 여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면서 "선임된 수장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중책을 맡은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금융사는 신뢰의 산업인 만큼 경영 환경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롯데카드 내부에서도 고민이 상당히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롯데카드 매각 5년째 표류
롯데카드는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약 5년째 표류 중입니다. 롯데카드 모회사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최근 각종 이슈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인데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2016년 결성한 펀드의 만기가 올해 말 도래하는 만큼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카드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롯데카드는 해킹 사태까지 겹치며 매각 매력이 한층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초 3조원대 몸값이 거론된 이후 2조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매각 성사를 위해선 1조원대까지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투자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눈높이 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롯데카드는 매각을 직접 주관하지 않지만 매물로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업 환경과 실적이 개선돼야 잠재 인수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큰 금융사를 무리하게 인수하기보다 몸값이 추가로 낮아지거나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 후보자는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롯데카드의 매력도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 M&A가 성사되려면 현재로선 몸값을 대폭 낮추는 수밖에 없다"면서 "각종 규제로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책임이 대표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