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가격인하 스타트…뜯어보면 '생색내기'
농심·오뚜기·삼양식품, 일부품목 6~14.6% ↓
신라면·짜파게티·진라면·불닭…핵심 품목 제외
업계 "해외 매출 비중 높으면 가격 조정 힘들어"
농심 주요 제품 가격인하 '후폭풍' 재연 우려도
2026-03-12 17:14:08 2026-03-12 17:27:05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라면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라면업계는 12일 일부 품목 가격을 6~14.6%까지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과 짜파게티, 오뚜기는 진라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시리즈 등 기업의 핵심 제품은 모두 제외돼 생색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상품은 가격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가격인하 대상 제품은 국내 스테디셀러 위주로 구성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이재명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기조에 라면과 제과 등 가공식품 업체의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12일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은 내달부터 일부 제품 출고가 인하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정부가 식용유·라면·제과업계 등을 차례로 만나 물가안정 동참을 요청한 이후 화답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 소비자 수요가 많은 대표 제품은 인하 대상에서 빠지면서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라면업계, 일부 제품 가격 최대 14.6% 인하
 
농심은 안성탕면과 무파마탕면 등 라면·스낵 16종의 출고가를 4월 출고분부터 평균 7.0%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안성탕면은 5.3%, 무파마탕면은 7.2% 가격이 인하됩니다. 인하 품목은 △안성탕면(3종) △육개장라면 △사리곰탕면 △후루룩국수 △후루룩칼국수 △무파마탕면 △감자면 △짜왕 △보글보글부대찌개면 △새우탕면 △쫄병스낵(4종) 등입니다. 
 
오뚜기는 △진짬뽕 △굴진짬뽕 △크림진짬뽕 △더핫열라면 △마열라면 △짜슐랭 △진짜장 △진쫄면 등 라면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3%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양식품 역시 내달부터 삼양라면 오리지널(봉지면·용기면) 2종의 출고가를 평균 14.6%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양식품은 라면이 대표적인 일상식인 만큼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가격 조정은 2023년 물가 안정을 위해 삼양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춘 데 이은 두 번째 인하입니다.
 
같은 날 제과업계에선 최초로 크라운해태가 비스킷 제품인 계란과자 베베핀과 롤리폴리 등 2종의 가격을 낮춘다고 밝혔습니다. 계란과자 베베핀은 기존 1900원에서 1800원으로 5.3%, 롤리폴리는 1800원 제품이 1700원으로, 5000원 제품은 4800원으로 각각 5.6%, 4.0% 낮아졌습니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은 제품 가격에 아직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주 정부와 만났던 식용유 업체도 가격인하를 발표했습니다. 오뚜기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0.5ℓ·0.9ℓ) △해바라기유(0.5ℓ·0.9ℓ) 등 식용유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하할 예정입니다.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롯데웰푸드, 동원F&B 등도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 제품 가격을 하향 조정합니다.
 
캐나다 퀘백 윈터 카니발에 마련된 신라면 브랜드존에서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농심)
 
'신라면·진라면·불닭' 제외?…재조정 어렵고 실적 '직격타'
 
하지만 이번 식품업체들의 가격인하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농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 오뚜기의 진라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 각 업체의 핵심 판매 제품은 이번 가격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핵심 제품 가격을 내리는 곳은 팔도(팔도비빔면 3.9% 인하)가 유일합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판매량이 많은 대표 제품 대신 일부 제품만 가격을 조정한 선별 인하라는 냉소도 나옵니다.
 
라면 업체들은 주요 품목이 가격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의 확실한 체감을 위해 스테디셀러 제품에 집중했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은 가격 조정 정책이 매우 민감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우선 농심은 "해외 매출보다 국내 수요가 많은 제품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고, 오뚜기는 "라면 전반의 원가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최근 인지도 상승과 함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다른 품목들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양식품의 경우 "불닭 브랜드는 해외 수출 비중이 높아 국내 가격 인하 시 수출 가격까지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가격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대표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데 따르는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농심은 2023년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신라면 가격을 50원(약 4.5%) 인하하고, 새우깡 가격도 100원(약 6.7%) 낮춘 바 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조정이었습니다.
 
문제는 밀가루와 팜유 등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진 이후였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소비하는 제품은 가격을 한 번 낮춘 다음에는 영업 환경이 악화돼도 재조정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농심은 지난 2024년 영업이익(1631억원) 23.1%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결국 농심은 2025년 신라면 가격을 다시 950원에서 1000원으로, 새우깡도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원상 복구하는 가격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식품업체들은 가격인하에 대해 악조건 속 정부 기조에 동참하기 위한 결단으로 봐달라는 입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식품업계는 영업이익률이 좋은 상황이 아닌 가운데 중동 물류 쇼크 등으로 가격인하 자체가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밀가루와 전분당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인하가 제품 가격 인하 요인의 일부일 수 있지만,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비용 절감 부분은 1% 남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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