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자·차·철강에 “과잉생산” 트집…추가관세 우려
‘강제노동’·’과잉생산’ 무역법 301조 조사
경제논리 무시한 정치셈법…”설득력 없어”
철강·석화 ‘취약’…일각선 ‘영향 제한’ 기대
2026-03-13 12:31:30 2026-03-13 12:31:30
[뉴스토마토 배덕훈·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철강·석화업계가 직접적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에 대해 전자·자동차·철강·선박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 더해 석유화학까지 콕 집어 거론한데다 철강, 석유화학이 과잉 생산이라는 미국의 논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까닭입니다. 이번 조사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상실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만큼 한국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높은 관세가 매겨지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12(현지시각) 한국 등 60개국을 상대로 강제 노동과 관련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전날 과잉 생산과 관련한 301조 조사 대상에 들어간 바 있는데, 하루 만에 다른 항목으로 또다시 포함된 것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미 대법원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세계를 상대로 부과된 상호관세가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매기겠다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예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대통령 직권으로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전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관세를 매긴 바 있습니다. 한국도 적용을 받고 있는 무역법 122조는 의회의 연장 승인이 없을 경우 최장 150일 동안만 부과하도록 해 오는 724일에 종료되는 만큼, 대체 카드로 무역법 301조를 꺼내 관세 수입을 충당하겠다는 성격이 짙습니다.
 
과잉생산 지적은 명분 축적용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 등으로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와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USTR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을 콕 집어 트집 삼았습니다. 한국이 주요 산업의 대미 무역흑자가 과잉 생산에 의한 것으로 이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USTR301조 조사 개시를 알리는 관보에 한국에 대해서 대규모 또는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과잉 생산의 증거가 보여진다고 명시하며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꼽았습니다.
 
타국의 과잉 생산이 미국이 무역적자와 제조업 부진의 원인이라는 이 같은 주장에 전문가들은 경제학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득을 보기 위해 경제 논리를 무시한 주장으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타국이 과잉 생산을 통해 규모를 늘리고 가격을 낮춰 자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는데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라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가 150일의 유효기간만을 갖는 만큼 이를 만회하는 것을 찾다 보니 무역법 301조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국내 일부 산업계를 지목해 과잉공급 문제를 거론한 것은 무역법 301조 적용을 위한 명분 축적 차원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월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정부는 이번 조치가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조치는 예상된 수순이라면서 긴장을 놓지 않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익을 최대화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영향 제한적일 것이란 ‘기대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라는 새로운 칼을 빼든 만큼 관련 업계의 우려는 커지는 형국입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과잉 생산을 명분으로 추가 관세 부과나 대미 투자 확대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미국이 언급한 산업 중 철강, 석화업계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철강은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고율 관세 부담을 안고 있고, 석화업계 역시 구조조정에 휘청이는 상황으로 미국발 추가 관세 위협이 현실화 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에 대해서는 전자,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조선 등을 언급했는데, 석유화학 산업의 설비 감축 필요성을 인정한 점까지 언급했다자동차나 반도체처럼 미국 내 투자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단순 관세 부과 보다는 현지 생산·투자 확대 등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철강과 석유화학은 과잉설비, 낮은 수익성 등 미국이 제기하는 논리를 적용하기 쉬운 분야로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조선업의 경우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통상 압박의 직접적인 타깃에서 다소 비켜설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제품은 이미 고율 관세가 부과된 상태라며 미국 역시 관세 여파로 자국이 고물가 부담을 겪고 있는 데다 고부가 철강 수입국인 만큼,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애초 물류비 부담이 커 미국향 수출 자체가 많지 않다고부가 제품 일부를 수출하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조사가 단순히 엄포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강 교수는 미국의 목적이 어떤 법을 적용하더라도 관세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이기에 단순 블러핑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조만간 발표될 무역장벽보고서 등을 통해 불공정과 관련 이슈로 꼬투리를 잡아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 교수는 특정 산업을 지목한 것은 한국 정부와 업계를 긴장시키고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관련 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수는 있겠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박창욱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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