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 '불의 고리' 진행형
4자 연합 입김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자진 사임
송영숙 회장 전문경영인 우회 지지선언 일주일 만
2026-03-13 16:09:06 2026-03-13 16:37:09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128940) 대표가 돌연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가 박 대표 연임보다 신임 사내이사 발탁으로 방향타를 튼 대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결정에는 불과 일주일 전 박 대표에 우회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영권 분쟁 종식 이후 해법으로 부상한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 불안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꼴입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자진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는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직후 발표됐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된 4인 연합을 중심으로 꾸려졌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박 대표 사임 발표 직전 한미약품 새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정으로 33년에 달하는 한미약품 경력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박 대표 사임은 송 회장이 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우려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지속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낸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앞서 송 회장은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송 회장이 언급한 대주주의 경영 개입은 신 회장을 겨냥한 의사표시였습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임원을 비호하고, 조사 사실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이 밖에 한미약품 대표 제품 '로수젯' 원료 수급처를 변경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정황도 박 대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사진= 한미약품)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전문경영인인 박 대표와 지주사 개인 대주주인 신 회장이 반목하는 상황에서 송 회장이 전문경영인 손을 들어줬다고 일주일 뒤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읽힙니다.
 
박 대표 뒤를 이어 한미약품 운전석에 앉을 차기 전문경영인은 황상연 사내이사 후보가 유력합니다. 한미약품은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나영 후보와 함께 황 후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칩니다.
 
황 후보는 종근당홀딩스(001630) 대표이사,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이사,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박 대표 사임과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상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4인 연합이 우위를 점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중에 따라 한미약품 전문경영인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송 회장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의 중요성을 부각했는데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자회사 경영진 구성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한미약품 이사회 진입 3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박 대표도 4인 연합 중심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영향력에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사임 소식을 알린 입장문에서 대주주와 이사회 이사들을 향해 "경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는 합심해 꼭 지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박 대표는 신 회장과의 갈등을 의식한듯 "저의 뜻에 동조하거나 침묵 시위 등을 통해 저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직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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