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법 왜곡죄가 시행된 지 일주일째인 19일 기준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법적 판단 주체인 법관과 검사 등의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러나 한국의 모델이 된 독일의 법 왜곡죄 유죄 판례에 따르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순히 법을 잘못 적용한 게 아니라, 고의로 법을 무시했을 때만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법 왜곡죄 시행 직후 1호 피고발인은 조희대 대법원장입니다. 20대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혐의입니다. 윤석열씨 구속을 취소했던 지귀연 부장판사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도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법원·검찰을 중심으로 혼란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법관과 검사들이 조사·재판에 불려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고, 고소·고발이 염려돼 기존 판례에 따라 소극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반면 지나친 걱정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독일 판례를 보면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까지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판례는 ‘코로나19 마스크 반대 법관’입니다. 독일 바이마르지방법원 판사였던 데트마르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4월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의무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결론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데트마르는 행정소송 소장을 직접 검토하고 지인을 통해 본인이 사건을 배당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판결을 뒷받침해줄 전문가 증인을 개인 이메일로 접촉해 감정을 받아냈습니다. 학교와 교육부에는 반론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독일 연방최고법원은 2024년 11월 데트마르에게 법 왜곡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법원은 “법 왜곡은 법관이 의식적으로 중대하게 법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잘못된 법 적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데트마르는 자신의 법정책적 견해를 관철하기 위해 법관의 직무권한을 이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데트마르의 고의성에 주목했습니다. 데트마르가 공식 업무용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로 전문가들에게 연락한 점, 전문가들에게 연락한 사실을 누락해 소송 기록을 조작한 점 등으로 비춰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단 판단입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헌법과 법률을 왜곡해야 처벌하기 때문에 소신 있는 판결을 못 한다는 우려는 과도하다”며 “법 왜곡죄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한다. 독일 법관들도 고소·고발 많이 당하지만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일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든 지 부장판사든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실제로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 왜곡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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