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대신 출장소로 점포수 유지 ‘꼼수’…대체점포도 하세월
2026-04-22 16:15:00 2026-04-22 16:25:02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는 대신 소규모 출장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점포 수 축소를 조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자 은행들이 방편을 낸 것인데요. 출장소는 상담이나 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되기 때문에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프라인 채널 축소에 따른 대안인 은행대리업 도입도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지점 줄이고 출장소 늘려 총량 유지
 
2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지난 2023년 4분기 5733개에서 2025년 4분기 5503개로 230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지점은 4865개에서 4547개로 318개 줄어든 반면, 출장소는 868개에서 956개로 되레 88개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점포 총량은 유지됐지만 지점 수가 감소하고 출장소가 감소한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점포 수는 5509개에서 4분기 말 5503개로 6개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요. 세부적으로 지점은 4559개에서 4547개로 12개 줄었고, 출장소는 950개에서 956개로 6개 늘었습니다. 점포 총량은 유지하고 있지만 지점은 줄이고 소형 거점이나 출장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영업망을 재편한 셈입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이 보다 뚜렷합니다. 우리은행은 2025년 4분기 동안 출장소 4곳을 신설하는 동시에 지점 4곳을 줄이며 지점에서 출장소 전환을 이어갔습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출장소를 1곳 늘려 74개에서 75개로 확대했고, 지점 수는 533개로 유지하면서 총 점포 수를 607개에서 608개로 소폭 늘렸습니다. 
 
은행들이 출장소를 늘리는 건 비용 효율화 차원입니다.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대형 점포 유지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인력과 운영비가 많이 드는 지점을 유지할 요인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출장소는 상담·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되는 만큼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출장소에서 대부분의 리테일 업무가 처리 가능하지만, 무인 출장소나 상당 부분 출장소가 상담이나 대출 등 업무가 불가능하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채널 '은행대리업' 도입 지연
 
은행 출장소 확대만으로 금융 접근성 저하를 보완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점포는 줄고 대체 채널은 작동하지 않는 이중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고령층과 지방 거주민을 중심으로 금융 소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지점 축소로 금융소비자 접근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추진되는 은행대리업도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은행대리업은 우체국 등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제도로 점포가 사라진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는 시범 운영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개월째 취급 상품과 운영 방식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은 계속 밀렸고 상반기 내 개시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은행대리업 도입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은 사고 발생 시 책임 부담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는데요. 한 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책임은 은행이 져야 하는 구조"라며 "리스크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우체국 측 역시 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금융상품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업무를 맡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입장입니다.
 
은행대리업이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책 추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당국 내부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렸고 실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도 예정보다 늦어졌는데요. 은행 점포 축소는 계속 진행되면서 정책과 시장 간 엇박자가 여전합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대체 채널로서 은행대리업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약 2700개의 은행 대리점을 운영하며 지방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고 호주 역시 우체국 기반 금융서비스를 통해 농촌 지역 공백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는 점포 폐쇄 절차 강화 등 규제 중심 대응에 머물면서 실질적인 대체 인프라 구축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대리업 시범 운영을 조속히 개시하고 취급 상품 확대와 책임 구조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이를 보완할 대체 채널 역시 속도감 있게 구축돼야 한다 것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보이는 점포 수와 실제 금융 접근성 간 괴리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일부 출장소는 상담이나 대출 등 업무가 제한되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채널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며 "은행대리업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공동 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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