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에 속고, 수사에 울고…환자들 '피의자' 굴레 벗다
서울청 광수단, 지난해 환자 280명 보험사기 혐의 송치
환자 "보험사기 고의 없어" 호소…검찰, 보완수사 요구
5개월 만에 불송치 결정, '초기 수사 미흡' 비판 불가피
2026-04-23 14:37:59 2026-04-23 15:21:03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병원 말을 믿고 실손보험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 피의자로 몰렸던 환자들 일부가 경찰의 보완수사 끝에 혐의를 벗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강남 A안과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환자 280여명을 보험사기 혐의로 무더기 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경찰 수사 결과도 뒤집힌 겁니다. 경찰 초기 수사가 미흡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 (사진=연합뉴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지난 15일 보험사기 피의자로 몰렸던 환자 B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앞서 송치 통보를 받았던 다른 환자들도 B씨처럼 속속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건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안과병원은 안구건조증 치료(IPL 레이저 치료)와 피부미용 시술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했습니다. 환자들에겐 안구건조증 치료를 받으면 피부 리프팅·톤업 시술 등 피부 관리도 해준다고 한 겁니다. 1회당 20만원 상당의 상품인데, 환자들에겐 10회씩(200만원) 묶어 판매됐습니다.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에게는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며 결제를 유도했습니다. A안과가 영업을 하는 과정에는 다단계 화장품 판매업체 C사의 프리랜서 노동자까지 동원됐습니다. C사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상품을 홍보했고 병원으로 환자를 연결했습니다. 
 
광수단은 지난해 10월28일 A안과 병원장과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280여명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보험사기방지법)과 의료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적용,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병원장이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해 병원 매출을 올리고, 브로커들이 환자 유치 대가로 시술비 20%를 지급받기로 했다고 봤습니다. 병원장이 발부한 허위 보험금 서류를 통해 피부미용 시술비를 포함한 시술비 전액을 보상받은 환자들도 공범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기 피의자로 몰린 환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안구건조증 치료를 받으러 안과에 방문했고, 피부 관리를 서비스로 해준다고 해서 받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사건을 지난해 12월 서울청 광수단에 돌려보냈습니다. '무려 280여명이나 되는 환자들을 모조리 공범으로 보는 게 맞느냐'에 대한 의문이 크게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200명이 넘는 환자들을 A병원장과 화장품 판매업체 C사 관계자들과 함께 공범으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거리였습니다.
  
특히 B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과거 안구건조증으로 치료를 받았던 이력, 이후 라섹수술을 한 이력 등 보험사기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입증할 자료들을 수사기관에 추가 제출한 것도 보완수사에 명분을 더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올해 초 보완수사 끝에 앞서 송치된 일부 환자들에 대해선 '혐의 없음'으로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찰 광역수사단 관계자는 불송치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예전에 안구건조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분들은 불송치했다"며 "구체적 규모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혐의를 벗게 된 B씨는 "처음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설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변호사까지 선임한 뒤에야 무혐의가 밝혀졌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피의자로 몰려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환자를 대리한 한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은 환자들에겐 보험사기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피부과 치료를 받기 위해 실손보험이 가능한 안구건조증 치료를 결제한 것이 아니라, 안구건조증 치료를 위해 IPL 치료를 받으려 왔고 피부과 치료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아직 검찰에 기록 반환 처리가 안 된 상태"라며 "원칙적으로 불송치 기록을 보고, 기록을 반환할지, 재수사를 요청할지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 기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다고 볼 경우, 불송치 결정은 확정됩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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