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사업을 점찍은 두산그룹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그룹 반도체 사업의 두 축인 두산테스나와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두산은 반도체 전·후 공정을 잇는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데,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는 ‘SK실트론’ 인수 시점에 이목이 쏠립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22년 두산테스나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두 달 만인 그해 6월 경기도 서안성 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두산)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는 전날 총 6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시설 및 장비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테라다인과 세메스 등으로부터 약 1909억원 규모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양수해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10월 결정했던 반도체 테스트 장비 구매 투자 금액도 기존 1714억원에서 205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한 두산테스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착공 시기를 조율해 왔던 평택2공장 신규시설 투자도 재개합니다.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총 2303억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두산테스나의 투자 금액을 모두 합산하면 총 규모는 6265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의 다른 축인 두산 전자BG도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BG의 주력인 동박적층판(CCL)과 관련 집행된 투자 금액은 약 900억원입니다. 하지만 두산은 올해 2445억원, 내년 2870억원 등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 사업을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두산테스나와 전자BG의 공격적 투자 전략은 두산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두산그룹은 현재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이자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권 업체인 SK실트론의 지분 70.6%에 대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빅딜’을 진행 중입니다. 약 5조원대 규모의 인수전으로 두산그룹의 계획대로 인수가 마무리 되면 소재(웨이퍼·SK실트론)-기판(CCL·전자BG)-후공정 테스트(두산테스나)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이 구축됩니다.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반도체 사업의 마지막 퍼즐이 ‘SK실트론’인 셈입니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전·후 공정을 잇는 밸류체인을 통해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탄탄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당초 올해 1분기로 예상됐던 SK실트론 인수가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빅딜’이 불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두산과 SK 모두 ‘막판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으로 업계에서는 늦어도 상반기 내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실트론의 인수가 확정되면 ㈜두산의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두산은 그동안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등 인수를 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온 바 있습니다.
다만, 인수에 성공해 반도체 그룹의 외형상 구조를 갖추더라도, 각 계열사 간 공정 구조가 동떨어져 있어 유의미한 연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두산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힙니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 겸 대학원장은 “전체적인 반도체 공정 플로우(흐름)를 볼 때 두산이 갖고 있는 역량과 SK실트론의 주력 분야는 기술적으로 떨어져 있어 인수를 하더라도 각 계열사 간 연계 시너지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전·후 공정의 안정적인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구축에 따른 비즈니스 확대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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