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대통령까지 나서 노사의 책임과 연대를 촉구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막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3일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농축·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공정의 파업을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배양과 정제 등 6개 공정 분야에 대한 파업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파업의 표면적 이유는 임금과 성과급 규모에 대한 이견입니다.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일시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6.2%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이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업은 좀 더 복합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노사간 실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해법 마련이 시급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하며 노사간 해법 마련을 위한 전향적 협상 의지가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 22일 노조 결의대회 당시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노사 평행선 대치 계속
노조는 이번 파업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며, △만성적인 인력 부족 △과도한 원가절감 △현장 전문성을 반영치 않는 의사결정 등 현장을 외면한 경영의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재성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장은 “현재 회사가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원인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 실패와 실력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노조는 조정결렬 이후 회사에 실질 협상을 요구해 왔지만, 돌아온 것은 △연차 시기변경권 통보 △파업 참석 여부 사전 확인 △경고성 메시지 등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파업까지 한 달 이상의 협상 시간 있었음에도 회사가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습니다. 박재성 지부장은 “조정결렬 이후 회사는 대화보다 압박과 책임 전가에 집중해 왔다”며 “이러한 경영진의 행태가 바로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회사는 파업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노조 파업으로 5월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발생 및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회사의 글로벌 공급망 신뢰도가 단기간에 훼손될 수 있다고도 경고도 나옵니다.
또 파업이 론자나 후지필름 등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내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록빌 공장 인수 등으로 현지 대응력을 높였지만 송도 공장 파업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면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 이슈가 자칫 K-바이오 생태계 전체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깎는 결과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가 국내 관련 업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박 지부장은 “손실과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조합원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기 전에 실질 협상에 나섰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즉시 실질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지금보다 전형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장은 “노동 삼권에 따라 노동조합은 단체 교섭권이 있으니 경제 논리로 노조 쟁의를 함부로 막을 수는 없다”며 “선진적인 노조 문화도 고민해야 하며 회사의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윤호열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도 “노사 관계의 핵심은 소통과 신뢰”라며 “노사 어느 한쪽이 맞고 틀렸다고 편을 가르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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