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K-2금융)③K카드사, 파이낸스·마케팅 분대로 틈새 공략
2026-05-21 06:00:00 2026-05-21 08:03:07
 
(호찌민=배희 기자) 사방에서 울리는 경적음과 활기찬 소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시민들. 호찌민은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지만, 시민들의 지갑 속엔 신용카드 대신 동(VND)화 지폐가 가득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베트남의 결제 시장은 여전히 완고한 '현금의 세상'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장벽 앞에서 한국 카드사들은 과감히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국내 최초로 진출한 롯데카드부터 신한카드, 비씨카드까지 현지법인을 세운 3인방이 들고 선 무대는 뜻밖에도 신용카드 매대가 아닌 파이낸스 상담소와 결제 단말기(POS) 보급 현장이었습니다. 긁는 카드가 통하지 않는 땅에서 현지인들의 지갑 속을 파고들기 위해 치열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금융의 최전선입니다. 
 
호찌민 현지에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사진=배희 기자)
 
카드사 현지 진출, 독자적 경쟁력 시험대
 
베트남에 법인 형태로 진출한 카드사들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습니다. 호찌민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카드 전문 회사가 존재하는 국가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은행의 사업부문에서 담당한다"면서 "베트남은 특히 현금에 기반한 송금·QR 결제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어 카드 발급 사업을 주력으로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은 QR코드·인터넷 뱅킹의 거래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9월 사이 인터넷 뱅킹 거래 금액은 37%, QR코드 결제 금액은 150% 상승했는데 이들 모두 현금에 기반한 송금 거래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베트남 중앙은행 호찌민 지점 맞은편에 위치한 몽브릿지. (사진=배희 기자)
 
베트남 중앙은행(SBV)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억5700만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다만 소수 메이저 금융사의 점유율이 높아 침투가 어려우며 현금에 기반한 베트남 결제 시장의 특성상 카드 사업을 주력으로 하기 어렵다는 게 현지 금융사의 설명입니다.
 
또 한국의 금융지주사 체계는 베트남에서 규제 영역에 포함돼 현지에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아래에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병렬로 지배하는 '중간지주사' 체계는 인가 대상이 아닙니다. 은행을 지주회사로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금융지주사를 둘 수 없는 구조입니다.
 
베트남 금융법은 법에 명시된 것 이외의 형태를 규제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신용기관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라는 자체가 정의돼 있지 않아 설립이 불가능합니다. 은행을 기준으로 수직 구조로 증권사, 캐피탈사, 보험사 등을 둘 수는 있습니다.
 
비엣콤은행(Vietcombank),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테크콤뱅크(Techcombank) 등 현지 은행들은 산하에 증권·보험·리스·자산운용 등 비은행 자회사들을 두고 있습니다.
 
지주회사로 편입된다면 자원이나 네트워크, 전산 등 다양한 이점을 공유할 수 있어 효율성 확보에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금융사 주재원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현지의 다른 은행들의 경우 산하에 다양한 금융사를 두고 있어 은행 영업망 활용이나 우수 고객 유치 차원에서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주 없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조금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은행 자회사로 들어갈 경우 파이낸스의 연체율이 은행과 연결되는 등 영향이 미칠 수 있고 은행이 받는 규제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업을 확장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은행 지주 체제를 가져가지 않는 상황이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카드의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과 신한카드 '신한 베트남 파이낸스', 비씨카드 '비씨카드 베트남'은 현지에 독립된 법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베트남은 지주사 라이선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카드사들마다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입니다.
 
호찌민에 위치한 베트남 재무부 건물. (사진=배희 기자)
 
우회 사업으로 틈새 공략
 
현지 카드 사업의 경우 통상 은행의 내부 사업부에서 발급하는 게 보편적이어서 국내 영업 형태를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색합니다. 은행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에서도 카드 발급 업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데요. 신한카드 베트남 법인은 이에 카드를 활용한 대출 업무 수행에 방점을 두고 카드 발급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지 금융사 주재원은 "카드 사업은 카드 결제 경쟁보다는 대출 사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결제보다는 대출의 편리성을 목적으로 카드 상품을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카드는 2019년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를 인수하고 신한 베트남 파이낸스(SVFC)를 출범했습니다. SVFC는 카드 발급 경쟁보다 현지인들의 자금 수요를 공략한 신용대출과 자동차·오토바이 할부금융을 핵심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비했습니다. 2022년 처음 신용카드 사업을 런칭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으로, 전년 38억원 대비 228%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SVFC는 신한카드 전체 해외법인 실적 247억원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롯데카드는 2018년 테크콤 뱅크의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하고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개인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사업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신용카드 영업을 개시하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의 제휴카드를 출시했습니다. 2024년에는 롯데렌탈과 베트남 장기렌터카 전용카드를 출시하며 롯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카드 영업을 확장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롯데카드는 2018년 총자산 369억원에서 지난해 7800억원으로 성장했는데요. 2024년 최초로 흑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25억원의 순익을 냈습니다.
 
비씨카드는 두 회사와 달리 결제 인프라 구축이라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2021년 POS 단말기 1위 유통업체 와이어카드 베트남을 인수하며 현지에서 포스 단말기 중심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베트남 국제 결제원 나파스(NAPAS)와 '현금 없는 사회'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방한 베트남 관광객 비현금 결제 편의성을 제고했습니다. 2024년에는 베트남 정부의 POS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확대에 발맞춰 웹케시글로벌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시장 선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비씨카드 베트남은 출범 첫해 5억원의 순익을 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결제원도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을 계기로 나파스와 국가 간 QR결제 서비스 실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별도의 환전 없이 평소 사용하던 앱을 통해 해외 가맹점에서 QR결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양국 간 결제 인프라 연결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현지 결제 수요에 발맞춰 우리 금융사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갈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출 금융사들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씨카드 베트남 법인 측은 "최근 베트남 신한은행과 매입 사업 파트너십을 맺으며 단순 POS 단말기 공급자에서 벗어나 결제 처리에 직접 관여하는 프로세싱 전문 회사로 변모를 이끌고 있다"면서 "별도의 전용 단말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결제 가능한 서비스 도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④편에서 계속>
 
호찌민 전쟁박물관 안내 표지판에 위치한 마스터카드·나파스·페이유 파라솔 (사진=배희 기자)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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