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활기찬 경적 소리로 가득 찬 베트남 호찌민의 거리는 지금 새로운 금융 혁명의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중산층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현지인들의 지갑을 열고 일상을 파고드는 주역은 다름 아닌 한국의 2금융사들입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당국 규제 리스크, 로컬 빅테크와의 치열한 생존 속에서도 이들의 영토 확장 현장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규제의 벽을 넘고 현지 특화 서비스로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는 K-금융의 프런티어. 그들이 호찌민에 심은 금융 영토의 현재와 미래를 현장감 넘치는 여덟 편의 연재 기사로 전합니다.
(호찌민=신수정·배희 기자)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2025년 9월 말 기준 55곳입니다. 그중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에 자리를 잡은 곳이 31곳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호찌민은 크게 상업지구인 1군과 국제금융센터(IFC)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2군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베트남 호찌민에 진출한 우리 금융사들은 주로 1군에 모여 있습니다. 1군은 초고층 빌딩과 고급 오피스가 밀집해 있어 대형 은행의 헤드오피스 및 한국계 은행 본점이 가장 선호하는 곳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호찌민의 랜드마크인 통일궁에서 시작해 동코이 거리를 거쳐 사이공 강변으로 이어지는 구역은 한국의 여의도나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연상케 합니다. 호찌민 1군의 중심을 북서쪽(통일궁·3군 접경)에서 남서쪽(사이공 강변)으로 완전히 관통하는 핵심 간선도로인 하이바쭝 거리는 핵심 금융허브로 통합니다.
이 일대에 신한베트남은행 본점과 신한라이프가 둥지를 틀고 있는 센텍타워(Centec Tower),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호찌민지점이 입주한 최고의 금융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엠플라자 사이공타워(mPlaza Saigon)도 붙어 있습니다.
하이바쭝 거리를 따라 내려오다 강변의 똔득탕 대로와 만나는 지점에는 현지 최대 은행인 비엣콤뱅크(Vietcombank) 본점 타워가 우뚝 솟아 있어, 이곳이 베트남 금융의 중심축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이공 강가의 교차로를 중심으로 우리·IBK기업은행과 신한카드와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삼성비나보험, 한화생명,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 산은캐피탈 등 한국계 투자금융(IB)과 증권·보험·캐피탈사가 보입니다.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주요 경제국과 달리 사회주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과 금융사들은 베트남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하노이와 이와 분리돼 개방적이고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된 경제 지구인 호찌민 두 지역에 모두 고르게 진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정부서 기업은행 현지법인 본인가 결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IBK기업은행은 베트남 진출의 최대 숙원사업이던 현지법인 설립 본인가(Official License)를 추진한 지 약 9년 만에 최종 취득했습니다. 과거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의 단독 법인 설립 승인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본인가 취득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및 금융위원회의 외교적 지원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지속적인 협조 등 범정부 차원의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정부의 외교적 성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24일 베트남 하노이에 방문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본인가 취득을 기점으로 오는 10월 현지법인 공식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고 전해졌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에 더욱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기업 금융지원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탄탄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오랜 기다림 끝에 본인가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베트남 현지 중소기업 지원은 물론,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 협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금융권, 현지서 리테일금융 경쟁
과거 1금융권(은행) 중심의 한국인 지상사 대상 영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제도권 메이저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지 서민층·중저신용자 등 소비자금융을 겨냥한 2금융권(보험·카드·캐피탈)이 새로운 생존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먼저 신한카드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 파이낸스 베트남을 찾았습니다. 신한카드는 2019년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를 인수하고 베트남 현지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보험사 산하 파이낸스 회사를 인수하면서 신용카드 영업보다는 신용대출과 할부금융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처음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런칭하며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KB손해보험의 도약이 눈에 띕니다. 한화생명은 2008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국내보험사 해외법인 최초로 본사 배당 실시 등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KB손보는 1995년을 시작으로 하노이와 호찌민에 사무소를 두고 베트남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2004년 현지 합작보험사 UIC(United Insurance Company)에 3% 지분을 투자한 이후 현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 유일하게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회사 형태로 진출한 웰컴금융그룹 계열사인 웰컴 비나(WELCOME VINA CO, LTD.)도 방문했습니다. 현지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매입·매도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세계은행 그룹인 국제금융공사(IFC)와 향후 3년간 6000만달러 공동투자 협약이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②편에서 계속>
베트남 호찌민 1군의 사이공센터 고층에서 바라본 외국계 및 현지 금융사들이 몰려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호찌민=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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