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간 타결된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70%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습니다.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에 대한 성과급 보상 체계가 주된 내용인 만큼, DS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DS부문과 타 부문의 보상 격차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서, 내부 갈등도 지속되는 모양새입니다.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 노조는 찬반투표 과정에서 투표권 배제를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은 낸 바 있고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투표 결과를 기점으로 노노 간 반목이 더 첨예화되면서 사 측은 DX부문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정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27일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2026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제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참여해 찬성 4만6142표, 반대 1만6474표로 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DS부문 비중이 높은 초기업노조의 투표 참여자 5만5333명 중 4만4606명이 찬성표를 던져(찬성률 80.6%) 가결을 이끌었습니다.
노사 모두 이번 임금협상 결과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협상을 주도했던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은 이날 오전 임금협약 조인식 후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준 노동조합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도 “앞으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협상 과정과 타결 이후 지속된 DS부문과 DX부문 간 갈등은 당장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성과급은 최대 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반면, DX부문은 약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에 그쳐 한 회사 내에서 최대 100배 차이가 나게 된 점은 분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DX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전삼노 소속 재적 조합원 7283명 가운데 5747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도 확인됩니다.
찬반투표 과정에서 상당수 DX부문 직원들의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도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당초 제1노조인 초기업노조가 공동교섭단체에서 탈퇴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자, 동행노조는 이에 반발해 전날인 26일 수원지법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 찬반투표 결과가 나오자 동행노조는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과 투표무효 확인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 22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반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 김관옥 동행노조 대외협력국장(왼쪽부터). (사진=안정훈 기자)
DX부문의 반발이 커지자 사측도 내부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날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임직원들에게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외감과 박탈감,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현재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노 사장은 DX부문 경쟁력을 회복해 임직원들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제가 더 직접 보고 챙기겠다”며 “원가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 상품 경쟁력과 실행 체계까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고,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인 보상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보상 및 성과급 산정 기준 전반의 개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라며 “DS와 DX 간 보상 차이를 조정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고, 성과급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두 번째, 성과급의 투명성을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하는 게 세 번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측하기 힘든 호황으로 대응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사 측도 이번 합의로 시간을 벌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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