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서울시 책임론 쟁점은 ‘안전의무 지위’
경찰, 서울시청 등 산안법·중처법 혐의 압수수색
"서울시가 안전 의무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쟁점"
2026-05-29 17:16:14 2026-05-29 17:16:14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서울시청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한 강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서울시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쟁점은 '안전의무 지위'입니다. 
 
5월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를 비롯해 해당 공사 원청·하청업체 본사, 현장사무실 등 총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발주사인 서울시청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단계라 수사 예정 사항을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청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서울시에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안전조치)는 사업주(도급인)가 붕괴 위험 장소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겨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같은 법 제167조(벌칙)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에선 사업주 범위에 발주사를 제외했지만, 공사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걸로 판단될 경우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대법원은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중 발생한 인부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인천항만공사가 형식상 발주자 위치에 있지만 실질적인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준욱 전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공사 현장에선 시공사가 안전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어서 통상적 경우라면 서울시청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서울시가 철거 진행 방법이나 기간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지위에 있었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붕괴 조짐이 발견된 이후 12시간 동안 현장이 방치됐다는 점에서 서울시청의 안전 관리 책임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사고가 일어난 5월26일 새벽 2시30분쯤 철거작업 중 상부 구조물이 약 2.9㎝ 내려앉는 붕괴 조짐이 발견됐지만, 약 12시간 뒤인 오후 2시쯤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고가 하부 안전점검을 시작하기까지 서울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고 발생 1분 전까지 고가도로 아래 철로를 통해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돼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레일 측은 사고 당일 단차 발생이나 안전진단 시행에 대한 보고를 서울시청 등으로부터 받은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철도안전법 위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제45조(철도보호지구에서의 행위제한 등) 등에 따르면 "작업 신고인은 열차운행에 위험초래 긴급상황시 코레일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사의 작업 신고인은 서울시입니다.
 
철거 현장이 방치되는 동안 기차가 정상 운행되면서 붕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차 운행이 고가에 스트레스를 줬을 것이고, 그 영향으로 붕괴가 촉발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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