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 아래 감독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금융위는 정부 조직 개편과 공공기관 이전 논의까지 맞물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계부처 협의가 우선이라는 신중한 기류입니다.
금감원 "동일 기능·동일 규제 필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호금융 감독 체계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금융 감독 체계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 "동일 기능에는 동일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상호금융 쪽은 규제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신협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다른 상호금융은 더 심하다. 새마을금고는 더더욱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 역할을 하는 모든 영역에서 감독 체계가 거의 없거나 형해화된 수준인 부분이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계속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감독권 이관 및 일원화에 대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일원화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체 금고의 3분의 1은 통폐합해야 될 상황"이라며 "더 지연됐다가는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심각한 위험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으로 부처 간 강력한 협의를 해서 정리를 해야 될 상황으로 알고 있다. 감독이 일원화된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감독 체계는 이원화돼 있습니다.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은 경제사업은 중앙회 등 상위 기관이 담당하고, 신용사업은 금융위와 협의해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동일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은행권과 다른 규제 체계를 적용받는다는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왔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단위로 분산된 금고나 조합 특성상 부실이 누적되더라도 조기 대응이 어렵고, 중앙 차원의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작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농협 단위조합에 대한 감독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농협 단위조합의 상호금융 업무는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며 검사와 감독은 농협중앙회가 맡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일부 건전성 규제 등에 대해 협의하는 역할을 할 뿐 개별 조합을 직접 감독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금감원 역시 중앙회를 대상으로 한 검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 "부처 종합적 접근 필요"
금융위에서는 상호금융의 감독 사각지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하지만 감독권 이전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기류입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 제도개선 TF를 통해 여러 사안을 따져보고 있는데 감독권 이전은 부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감독 집행기관인 금감원이 실질적 감독권을 행사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있기 때문에 (감독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안팎에서는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감독권을 넘겨받는 순간 부실 금고 관리에 대한 책임 역시 금융당국으로 집중된다는 점을 부담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전국 1200여개 금고를 상시 감독하기 위해서는 검사 인력과 예산 확충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조직 확대 없이 감독권만 이관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과 정부 조직 효율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감독권을 새로 가져오는 문제가 조직과 기능 확대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자칫 금융위 조직 확대나 기능 재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조직 개편과 공공기관 기능 조정 논의도 함께 진행되는 시기"라며 "특정 감독권만 따로 떼어 금융당국이 가져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기에는 여러 정책 변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금고 검사 결과 분수령
현재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합동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연체율과 손실, 유동성 관리 상황 등 전반을 들여다보는 전수 점검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합동검사 결과가 향후 감독 체계 개편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서 부실 규모나 내부통제 취약성이 다시 확인될 경우 국회에 계류 중인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논의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입니다.
현재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권한은 현재 행안부가 맡고 있습니다. 조합원 출자를 바탕으로 설립되는 상호금융기관 중 유일합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을 받고 있는데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소관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 감독 기능이 부족한 행안부 체제에서 금융사고와 내부 비리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유동수·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은 새마을금고의 신용·공제 사업에 대해 금융위가 직접 감독·제재하고, 금감원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회 법안 검토보고서는 "새마을금고의 순손실과 연체율이 급등하고 금융사고까지 잇따르고 있어 관리감독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했습니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함께 새마을금고에 대한 합동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새마을금고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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