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가 역대급 호황기를 맞으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상승이 성장성과 수익성을 밀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면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한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크게 좋아져도 반도체에 기댄 기울어진 성장 구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업고…1분기 영업이익률, 2015년 통계 이래 '최고'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은 13.5%로, 전년 동 분기(2.4%)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3분기(17.5%) 이후 14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총자산증가율도 4.7%로 1년 전(1.4%)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상승했습니다.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4.7%에서 올해 1분기 21.1%로 뛰었고, 비제조업도 -0.3%에서 3.7%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올해 1분기 전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3.2%로, 전년 동 분기(6.0%) 대비 7.2%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7%에서 15.4%로 올랐습니다. 두 지표 모두 지난 2015년 1분기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기업 재무구조도 나아졌습니다. 올해 1분기 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87.0%로 전 분기 88.9%보다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도 24.4%에서 23.9%로 하락했습니다. 향후 2분기 전망도 밝습니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 제조업이 견조한 AI 수요를 바탕으로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전체 지표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전닉스'가 이끈 기업 실적…반도체에 기댄 성장
문제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어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제조업 개선은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이끌었습니다.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 분기 18.0%에서 올해 1분기 52.1%로 급등했습니다.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증가율도 같은 기간 28.9%에서 75.7%로 뛰었습니다. 이 업종을 제외하면 전산업 매출액증가율은 13.5%에서 4.6%로 낮아졌습니다. 전체 기업 매출 증가폭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관련 업종에서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이 팀장은 "매출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온 것은 맞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다만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전산업 매출액증가율이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도체 기여분이 큰 것은 맞지만 반도체가 아닌 부분도 비교적 고르게 성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조업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6.2%에서 올해 1분기 18.1%로 뛰었는데, 기계·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6.9%에서 32.5%로 급등한 영향이 컸습니다. 반면 비제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9%에서 5.7%로 소폭 낮아졌습니다. 운수업 등이 고유가와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하락 이유가 컸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반도체 대기업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대기업 매출액증가율은 전 분기 4.0%에서 올해 1분기 16.0%로 뛰었고 중소기업은 -3.7%에서 2.4%로 상승 전환했는데, 성장률 격차는 7.7%포인트에서 13.6%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또 수익성 격차도 대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4.8%로 지난해 1분기(6.4%)의 두 배를 웃돈 반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1분기 4.1%에서 올해 1분기 4.7%로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는 1년 새 2.3%포인트에서 10.1%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이 팀장은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격차는 주요 반도체 대기업에서 어느 정도 기인했다"며 "이를 제외하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분기에는 비제조업도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