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이른바 '호남 반도체' 투자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틀간 총 7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직접 반박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에 총리·장관·시장 등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센 만큼 29일 예정된 보고회에서의 세부 내용이 주목받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권남용 아닌 조성행정"
이 대통령이 전날부터 28일까지 X(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호남 반도체' 관련 글을 종합하면 이틀간 총 7건에 달합니다.
이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에 대해 SNS에서 직접 언급한 건 지난 27일 오전입니다. 이 대통령은 호남 지역에 '물 부족' 문제가 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 다만 정치적으로…수자원을 방치해 왔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첨단기업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 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은 곧바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글을 남겼는데요. 청와대는 해당 글에 대해 "기업의 지방 집중 투자에 대한 억측과 허위 주장이 유포됨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보수 정치인들이 지적하는 물 부족 문제, 전력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라며 "지진 없는 안정되고 값싼 용지도 저개발 호남이 최고"라고 남겼습니다.
또 '기업 비틀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CEO(최고경영자)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며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 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27일에만 6건의 반박 글을 올린 이 대통령은 28일에도 재차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정부 시절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세계가 놀라는 산업화의 성과를 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극단적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로 인한 지방 소멸은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당면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남해안은 발전에서 장기 소외된 탓에 역설적으로 광활하고 안정된 가용 토지가 남아 있다"며 "호남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호남 반도체를 겨냥한 보수 정치인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속에서 닥치고 무조건 호남으로 가고 있다"며 "발표를 취소하고, 그동안의 밀실 정책을 백지화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 총알로 쓰기 위한 거라는 속셈 다 드러났다"면서 "명·청 대전 이기려고 대한민국의 미래인 반도체 망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홍준표도 "정쟁 바람직하지 않아"
이 대통령이 정면돌파에 나서면서 국무총리와 장관, 광주·전남 시도지사,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까지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김민석 총리는 X에 올린 글에서 "겨우 내란을 극복하고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 경제 전쟁 앞의 기업 판단을 또다시 정치 공세로 방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습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도 "입지·전력·용수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번에 기업들의 과감한 대규모 지방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짚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남권이 높은 전력자급률과 풍부한 용수, 우수한 연구·인재 기반을 갖춘 후보지였다며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것은 국민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팹(Fab)은 과감하게 더 짓고 초과 유동성은 해외투자와 미래대응기금으로 분산하며, 국내에 남는 자금은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데 쓰이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사격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는 "80년대 들어와서 경기도, 충청도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전자산업 등이 자리 잡았는데 유독 호남만 별다른 산업 없이 농업 중심 도시로 남아 있다"며 "전국적인 산업 재배치가 정쟁의 도구로 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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