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장중 1550원선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9년 이후 약 1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겹치면서 환율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엔화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원화 약세가 가팔라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국 개입에도 못 막은 1550원대 원·달러 환율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549.4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6일 1550.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날 환율은 중동 긴장 완화 기대와 뉴욕 증시 상승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2.1원 내린 1543.1원에 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장 초반 낙폭을 빠르게 반납한 뒤 상승 전환한 후 오름폭을 키우더니 장중 한때 1550원선을 다시 뚫었습니다. 실제 오전 10시15분께 1550.20원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환율이 주간 거래 장중 1550원을 넘은 것은 지난 8일 1555.2원 이후 16거래일 만입니다.
다만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면서 장 막판엔 가까스로 1550원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31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움직였습니다.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도 원화 약세 흐름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2026년 1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136억2800만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길 잃은 원화·흔들리는 엔화
환율이 급등한 배경에는 '강달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선호 심리가 이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101.327을 기록하면서 전날 101.11보다 상승했습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환율을 밀어 올렸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3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전날(29일)에는 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62엔대를 기록하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에 원화도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1550원대 안착 여부에 따라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1600원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엔화 움직임이 아시아장에서 달러의 메인 스트림을 형성하기 때문에 엔화가 만들어낸 달러 움직임에 원화가 동조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2022년 이후 달러랑 비달러 통화 간 대결로 굳어지는 방향성이 짙다 보니까 엔화가 촉발한 글로벌 강달러에 연동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율이 1550원이 뚫려서 6월 초처럼 1560원대까지 상승하면 1600원 도달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에선 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장중 1550원을 넘긴 30일 서울 시내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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