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닥이 30주년을 맞는 사이 시장 평균 수익성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우량·혁신기업과 취약 기업이 같은 규율 아래 놓여 코스닥 전체가 고위험 시장으로 인식되는 '디스카운트' 문제도 불거지는 가운데, 기업 성격에 따라 시장을 나누는 세그먼트(승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일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코스닥시장 상장종목의 분포상 이질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2000~2004년 2.04%에서 2021~2025년 -0.31%로 마이너스로 전환됐습니다. ROA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평균뿐 아니라 중위값도 4.28%에서 1.85%로 낮아졌고, 상위 10% 기업조차 16.35%에서 11.07%로 하락했습니다. ROA가 음수인 기업 비중도 29.76%에서 38.02%로 확대됐습니다. 단순히 일부 부실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수익성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보고서는 이를 코스닥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혁신기업과 취약 기업이 동시에 늘어난 결과로 시장 내부의 이질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5% 이상인 기업 비중은 15.13%에서 29.30%로, 10% 이상인 기업 비중도 6.59%에서 16.31%로 증가했습니다. 혁신기업군은 확대됐지만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군도 함께 늘면서 평균 지표가 끌어내려진 셈입니다.
기업 간 양극화는 성장성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코스닥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중위값은 2000년 21.99%에서 2025년 3.43%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반면 상위 10% 기업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업 간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산업 구조도 과거 IT·통신서비스 중심에서 IT·의료·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의료·바이오 업종은 연구개발 집약도가 높지만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어 혁신성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성격이 다른 기업들이 하나의 시장, 하나의 규율 체계 아래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우량 혁신기업과 취약 기업이 충분히 구분되지 않으면 취약 기업군의 부정적 신호가 우량 혁신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까지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코스닥 전체가 고위험 시장으로 인식되는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선 세그먼트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4분기 최종안 발표를 목표로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 중으로, 지난달 자문단을 구성하고 세부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벤처업계에선 하위 시장 낙인 효과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됩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상하 분포가 너무 넓게 벌어져 연구개발(R&D) 투자 기업도, 부실기업도 한 시장 하나의 규율 안에서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벤처 육성으로 시작해 1800개 기업을 담는 시장이 됐다. 그 특성에 맞는 시장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낙인 효과 우려에 대해서는 "일본은 상위 그룹이 더 크고 하위가 작은 구조인 반면 한국은 상위가 극소수고 하위가 더 큰 상황"이라며 "세그먼트가 나뉘면 상위 진입을 노리는 기업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리는 투자 움직임이 생기고 하위에서도 발굴 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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