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진열되지 않은 이야기)①"왜 일하는 사람만 떠나야 하나"
"빈 매대 가리기 위해 '메이크업'…너무 비참한 상황"
"회사가 직원들 배신…본사는 이 순간에도 승진시켜"
정부에 지원 촉구…"홈플러스 직원도 국민"
2026-07-02 17:12:53 2026-07-02 17:26:50
[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24년 동안 홈플러스에서 일한 양미경씨(54)는 요즘 새벽이면 생산 라인 일용직 공장으로 향합니다. 월급이 한 달, 두 달씩 밀리자 생계를 위해 찾은 일터입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는 그는 "몸도 힘들고 마음도 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한평생 몸담았던 직장은 여전히 홈플러스입니다. 법정관리 장기화와 임금 체납 속에서 미경씨의 삶은 어느새 '마트 노동자'와 '공장 일용직'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미경씨는 묻습니다. "왜 일하는 사람들만 떠나야 합니까"

24년간 홈플러스에서 근무한 양미경씨. (사진= 차철우 기자)
 
동료들과 함께 공장 전전…하루위한 '생존'
 
1990년대 말 까르푸 시절 입사한 미경씨는 홈플러스가 까르푸, 삼성테스코,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모두 겪었습니다. 해고와 재입사를 거치며 24년을 버틴 홈플러스는 미경씨의 삶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24년을 돌아본 자리에는, 그 시간을 지탱해 온 '일터'의 의미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미경씨의 근무지인 홈플러스 고양터미널점은 임시 휴업 상태입니다. 월급은 제때 지급되지 않았고, 일터도 멈춰 섰습니다. 새벽 어스름 속, 홈플러스 동료들과 카풀을 타고 일터로 향합니다. 
 
생산라인의 환경은 낯설었습니다. 쉬는 시간은 세 시간에 한 번뿐이고 화장실도 사실상 그 시간에만 갈 수 있습니다. 매번 다른 장소로 가는 출근길은, 더 이상 '회사로 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기 위한 생존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매장 휴업 이후 공장 생산 라인 몇 군데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예인 CD 생산 작업하는 곳도 가보고 우체국 택배 물류센터도 가보고 친구가 하는 공장에도 가봤는데 만만치 않다.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루 일당은 8만~9만원 수준입니다. 
 
미경씨는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현장은 '투자'보다 '매각'이 우선인 곳으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이수할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 점포 수는 140여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부지 매각 및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며 현재 67개 매장만 남았습니다. 현 사태를 두고 미경씨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더 이상 알을 낳지 않자 배를 가른 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영업 중인 매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빈 매대를 감추기 위해 냉장 음료 코너에는 홈플러스 PB상품인 '심플러스' 쇼핑백과 쟁반, 물병 등 생활용품이 들어섰습니다. 미경씨는 "빈 매대를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이라고 부른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비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상적인 유통 매장이라기보다, 비어 있는 현실을 감추기 위한 임시 대응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사이 동료들은 하나둘 홈플러스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111명이 다니던 매장에서 20명이 넘는 직원이 퇴사했습니다.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이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가장들은 월급 공백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는 "버텨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붙잡는 나도 답답하고 심정이 충분히 이해 간다"고 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는 웃고 넘겼을 사소한 일도 갈등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서로를 붙잡으려는 말과 떠나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현장은 점점 더 조용히 갈라지고 있었던 겁니다. 

홈플러스 본사의 지난 6월 인사 발령 게시글. (사진= 차철우 기자)
 
떠나는 것·남는 것도 모두 고통
 
문제는 이런 문제가 젊은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경씨처럼 중장년 노동자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떠나는 것도, 남는 것도, 어떠한 결정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 불안만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경씨는 희망퇴직도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하루하루가 변수가 다르니까 그냥 불안하다"며 "솔직히 만약에 청산을 간다든가 파산을 가게 되면은 뭘 해야 할지 가장 막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왜 일하는 사람들이 떠나야 하냐"며 "따지고 보면 직원들을 배신하고 직원들을 길거리에 내앉게 한 것은 회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선택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결정들이 쌓이면서, 남는 것도 떠나는 것도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 됐습니다. 
 
미경씨는 현재의 상황이 운영진의 경영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작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현장 직원들만 보직 변경이나 면보직 같은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홈플러스 본사 인사는 회생절차 상황과 맞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경씨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인사 발령 낼 일이 뭐가 있냐"며 "승진도 시킨다. 본사 사람들은 마치 현실을 모르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사 사람들끼리 인사와 직책 변경을 통해 자리를 나누는 구조처럼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경씨는 현재의 혼란 속에서도 홈플러스를 포기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향후 어떤 형태로든 인수·합병(M&A)을 통한 정상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회생 과정에서 불거진 불신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주체가 회사를 맡아 정상화된다면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끝으로 미경씨는 정부와 MBK를 향해 적극적인 회생 지원과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홈플러스 직원도 국민"이라며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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