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에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하거나 당내 논의를 주도해 온 의원들이 대거 합류함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관련 제도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들 의원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규제 등 세부 쟁점에서는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아우르는 정무위의 조정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입니다.
2일 국회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후반기 정무위원장은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맡았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박상혁 의원이 간사로 내정됐으며 강준현·김현정·민병덕·이강일 의원 등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거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정무위에 유임·합류했습니다. 관련 법안을 직접 설계했거나 당내 논의를 이끌어온 의원들이 전면 배치되면서, 입법 논의 자체는 이전보다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정무위원장으로 선출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TF에서 활동한 의원들이 후반기 정무위에 다수 배치된 만큼, 1년 넘게 늦어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올해 하반기에는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각 의원이 지향하는 규제 방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발행할지, 핀테크·블록체인 기업 등 비은행 사업자에도 시장을 개방할지입니다.
유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는 인물로 분류됩니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금융당국에 질의한 바 있는데요. 발행사 부실이나 대규모 환매 요구가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은행권의 건전성과 관리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됩니다.
반면 민병덕·이강일 의원은 일정 요건을 갖춘 핀테크·블록체인 등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은행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될 경우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민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투자자산이 아닌 결제·송금·기관 간 정산에 활용되는 디지털 경제 인프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도 "세계는 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코인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며 "결제와 송금, 기관 간 정산까지 연결되는 디지털 경제의 운영 체계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산업 진입을 허용하되 준비자산과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자산혁신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공개(ICO)를 허용하고,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업자의 최소 자기자본을 10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국내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상혁 의원과 김현정 의원은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 사업을 세분화해 위험도에 따라 인가·등록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발행업자의 자기자본과 준비자산 요건을 강화하는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법안을 내놨습니다.
강준현 의원 또한 최소 자기자본 10억원과 금융당국 인가 등 구체적인 발행 요건을 담은 보완 입법을 예고하며 신속한 규제 설계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후반기 정무위가 서로 다른 의원안을 조율하고, 이를 하나의 정교한 규율 체제로 확립하는 일이 관건이 될 전망인데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뿐 아니라 발행·유통 기능 분리,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기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감독 권한 배분 등을 둘러싼 이견도 남아 있습니다.
당 지도부 교체로 민주당 디지털자산 TF의 재출범 여부가 불투명한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주요 쟁점에 대한 국회와 정부 간 조율이 지연될 경우, 관련 의원들이 대거 정무위에 합류했더라도 법안 처리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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