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중동 분쟁이 일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중심의 통상 환경 변화는 장기전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달 유엔총회 기간에 맞춘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지만 미·중국 패권 경쟁의 패러다임이 한층 더 복잡하고 정교한 고차방정식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중국산 공급망 배제 압박이 ‘수입 금지’라는 비관세 장벽을 넘어 ‘고율 관세 중첩 부과’라는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진화하고 있어 통상질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도 관세 대응을 넘어 원산지 관리, 공급망 실사, 계약 구조개선, 관세 환급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026년7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 관세체계, ‘겹겹이 쌓인 케이크’
조장환 미국 회계법인 에이프리오(Aprio) 변호사는 7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의 ‘제89회 산업발전포럼’를 통해 “미국 관세체계는 ‘Layered Cake(겹겹이 쌓인 케이크, 미 관세체계가 한꺼번에 중첩 적용된 구조를 비유)’처럼 작동하고 있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특혜관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한·미 FTA에 따른 특혜관세율 0%만 확보하면 미국 시장 진입에 문제가 없다고 오판하지만, 미 관세 체계는 FTA 특혜관세와 별개로 다자·양자간 무역구제법들이 각각 독립적이고 중첩적으로 부과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특히 미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대중국 추가 관세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관세 리스크, 무역법 제122조의 보편적 수입부가관세, 반덤핑(AD)·상계관세(CVD)의 독립적 집행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제약 산업도 사정권에 들어온 상황입니다.
조길원 위더피플 변호사는 한·미 FTA 품목별 원산지 기준인 품목분류 4단위 변경이나 부가가치 35%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미국 비특혜 원산지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오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미 관세 당국이 원산지 소명요구서 또는 예비 부정판정 통지를 통해 원산지 소명을 요구할 경우 통상 30일 내 대응하는 등 평소 제조공정도, 원가자료, 설비자료, 공급업체 원산지 확인서 등을 갖춰두지 않으면 사후 대응이 어렵다”며 “자동차부품사 사례에서는 한·미 FTA 무관세 수출기업이 중국산 우회 수출로 판정돼 최대 160% 수준의 관세 리스크가 거론된 바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UFLPA, 즉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기존 관세법과 달리 입증책임이 수입자에게 전환되는 제도”라며 “신장위구르 지역 연계 제품은 강제노동 산물로 추정되고 태양광 패널, 배터리 소재, 면화·섬유 제품은 공급망 전 단계 추적자료와 신장 연계 부재 진술서 없이는 통관 보류와 수입 제한 리스크가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솔루션 큐셀 건과 관련해서는 “2025년 4분기 UFLPA 규제 강화와 조지아 달튼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모듈 부문 영업적자 1676억원, 영업이익률 -74.4%가 언급될 정도로 통관 리스크가 곧 생산·판매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며 “FY2025 기준 UFLPA 적용 통관 보류는 약 7325건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실제 통관 허용 비율은 6.5%에 그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장환 미국 회계법인 Aprio 변호사는 7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산업발전포럼'를 통해 “미국 관세체계는 ‘Layered Cake(겹겹이 쌓인 케이크, 미 관세체계가 한꺼번에 중첩 적용된 구조를 비유)’처럼 작동하고 있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특혜관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리스크 노출 확인·품목분류 재검토”
이부영 관세법인 크로스웨이 대표관세사는 “한국 수출기업은 우선 주력 수출품목의 미국 수입품목분류 10단위 코드를 재검토하고 일반 품목분류뿐 아니라 임시 추가관세가 반영되는 Chapter 99(추가관세 적용 여부의 특별 관세코드) 품목번호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관세사는 “국가안보 관세, 대중국 추가관세, 수입부가관세, 반덤핑·상계관세, 위구르 강제노동 규제 해당 여부는 4단위·6단위가 아니라 10단위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공급망 실사에 대해서는 “구매 DB에서 중국산·중국 소재 공급업체를 전수 추출하고 BOM, 즉 자재명세서 기준으로 부품별 원산지를 매핑한 뒤 위구르 강제노동 규제, 해외우려기업 연계, 반덤핑·상계관세 명령, 대중국 추가관세 품목 해당 여부에 따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필수 구비서류는 자재명세서, 제조공정도, 부가가치 계산서, 공급업체 원산지 확인서, 신장 연계 부재 진술서, 수출신고서, 세금계산서, 인보이스 등”이라며 “가격·원산지 기재의 일관성이 깨지면 미국 관세당국 소명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계약 측면에서는 “추가관세 부과 시 한국 수출자와 미국 수입자 간 책임분담 방식, 관세율 변동 시 공급가를 조정하는 가격조정 조항,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환급, Drawback(관세 환급), Protest(세관 이의신청) 등으로 환급금이 발생할 경우 그 귀속·정산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후구제 절차로는 “미국 관세당국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수입 후 수출·가공 재수출 시 최대 99%까지 가능한 관세환급, IEEPA 환급 전용 절차, 국제무역법원 소송, 특정 품목 관세면제 신청 등이 있다”며 “이의신청은 청산 또는 미국 관세당국 결정 후 180일 기한을 넘기면 권리보전이 어려워 즉시 관세전문가에게 연결하는 내부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26년7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의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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