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금고를 독점해 온 경남은행의 예금금리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긴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직접 문제를 지적한 이후 '금리 중도 인상'이라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으나, 의문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3년 전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는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낮은 금리를 상쇄할 만한 전략적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이유입니다. 경남은행과 농협은행이 시금고를 독점해 온 30년 세월에 대한 불신도 제기됩니다. 저금리 계약에 따른 시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해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시금고 입찰 시기와 맞물린 '울산 추가' 간판 교체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지역 금융권 안팎에선 경남은행의 '간판 교체 사업'이 시금고 입찰 당시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된 배경이자 저금리 약점을 상쇄해 준 정무적 카드로 지목됩니다. 경남은행은 지난 2023년 11월 울산 내 점포 30곳의 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울산권역을 주요 영업권으로 삼는 만큼 사명에 '울산'을 넣어달라는 시청 요구에 화답한 겁니다. 경남은행은 이를 수용해 기존 'BNK경남은행' 대신 'BNK울산경남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공동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관련 논의와 간판 교체 작업은 시금고 입찰 시기였던 그해 9월을 전후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울산시금고인 경남은행 울산본부 사옥에 지역 공동 브랜드로 제작한 'BNK 울산경남은행'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전까지 예산 5조원 규모의 울산시 곳간은 1금고 경남은행, 2금고 농협은행 체제로 사실상 독점이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경남은행은 경쟁자인 국민은행의 공격적 행보 탓에 '시금고 재지정'을 보장받기 위한 '필살기'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국민은행이 2023년 1금고와 2금고에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울산신용보증재단 출연과 소상공인 지원에 예산을 쏟는 등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향토 은행이 없는 울산의 설움을 줄곧 언급해 온 김두겸 당시 시장 역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그는 2022년 취임 첫해부터 "울산시의 1금고를 맡기 위해서는 은행 이름에 '울산'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을 정도입니다.
경남은행 '수성'과 '치적' 필요했던 울산시 합작품?
BNK울산경남은행은 울산시금고를 독점하려는 경남은행과 향토 은행에 집착을 보인 울산시가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공동 브랜드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남은행은 '울산시와 동행하는 향토 은행'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김두겸 시장은 지역 밀착형 금융 체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치적을 챙겼습니다.
경남은행의 시금고 재지정은 일단락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예금금리 현황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울산시금고의 '저금리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불씨를 지핀 건 김상욱 시장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경남은행과 농협은행 측을 만났고, 3일 업무보고 자리에선 "울산시의 시금고 정기예금 금리가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울산시가 운용하는 예금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만 차이가 나도 시민에게 돌아갈 이자수익이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차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안부 공개로 드러난 민낯…'전국 최하위권' 금리
실제 울산시금고가 적용한 정기예금 금리(2025년 12월 기준)는 인천(4.2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6%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위입니다. 예치 기간별로 봐도 △단기 예금(1~3개월) 1.80% △중기 예금(3~6개월) 1.97% △중기 예금(6개월~1년) 2.14% △장기 예금(1년 이상) 2.31%입니다. 모든 구간이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울산 공동 브랜드 도입'이라는 정치적 결과물과 시금고의 파격적인 저금리 혜택이 맞교환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공동 브랜드는 울산시와 체결한 '지역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라 추진됐다"며 "간판 교체의 전 과정이 시금고 재선정 절차와 절묘하게 맞물려 진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경남은행·울산시청…'정치적 맞교환' 의혹 선 그어
반면 경남은행 측은 공동 브랜드 도입이 시금고 지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울산이라는 지역명과 심벌을 현판에 포함시키기까지 본사 차원에서 수많은 검토와 고민이 있었다"며 "이런 성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결정적 요소가 된 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울산시 역시 시금고의 금리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엔 공감했지만, 경남은행 간판과 시금고 선정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BNK울산경남은행 공동 브랜드는 (시금고 선정을 위한) 정량적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9명의 심의위원들이 경남은행의 노력을 우호적으로 평가해 정성평가에 반영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울산시와 경남은행은 유례없는 금리 중도 인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대로는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금리 조건 변경을 요구한 김 시장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조치입니다. 울산시금고의 현 계약 기간은 2027년 말까지로, 약 1년 6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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