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에 끼여 다친 걸로"…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 '산재 은폐' 의혹
'부상' 이주노동자들 "하청 관리자, 사고 경위 숨기라고 지시"
"업무상 사고도 '일상 부상'으로…산재 통계서 사라진 노동자
2026-07-14 17:00:00 2026-07-14 17:00:00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가 작업 중 다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고 경위를 숨기도록 강요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업무상 사고를 산업재해가 아닌 '공상'(회사가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자체 비용으로 치료비 등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요구받았다는 폭로입니다. 개별 사고를 넘어 사업장 전반의 산재 관리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은폐 의혹…"일상생활 중 다쳤다고 해라"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미얀마 국적 노동자 A씨는 지난 4월1일 충남 아산시 KTX 평택~오송 2복선화 2공구 건설 현장에서 커터를 교체하던 중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해당 공사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하는 것으로, A씨는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A씨는 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하청업체 현장관리자는 "문에 끼여 다쳤다고 말하라"며 거짓 진술을 요구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해당 사고는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A씨는 치료를 위해 한 달간 일을 쉬는 동안 산재 휴업급여와 유사한 수준인 임금의 70%를 회사로부터 직접 지급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시민단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 산업재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비슷한 증언은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서도 이어졌습니다.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B씨는 작업 중 발목을 다쳤지만, 현장관리자로부터 "냉장고를 들다가 다쳤다고 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미얀마 국적 노동자 C씨 역시 배관 파이프 설치 작업 중 팔이 부러졌지만, "문을 닫다가 다쳤다고 해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겁니다. 
 
A씨 등 3명은 모두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KTX 평택~오송 2복선화 2공구 건설 현장의 동일한 하청업체 소속입니다.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가 지시한 산업재해 은폐는 현재까지 최소 4건에 달합니다. 사고 유형은 손가락 골절, 발목 부상, 팔 골절 등으로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작업 중 발생한 사고를 일상생활 중 다친 것처럼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산재 대신 '공상 처리'…통계에서도 사라지는 사고
 
원칙적으로 업무 중 발생한 부상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하청업체는 업무상 사고를 은폐한 뒤 공상 처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셈입니다. 이럴 경우 사고는 공식적인 산업재해로 기록되지 않으며, 산재 통계나 사업장의 재해 이력에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공상 처리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당사자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회사가 산재 신청을 막고 공상 처리하도록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청업체에서 산재가 반복되면 원청은 해당 업체와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하청업체로선 산재 대신 공상 처리를 선택하는 유인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공상 처리 의혹은 지난 1일 미얀마 국적 노동자 아웅민우씨가 숨진 동일 사업장에서 제기됐습니다. 당시 그는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중 벨트와 지지대 사이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사고 이후엔 현장 훼손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현장관리자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등을 치우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계는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 의혹이 잇따르는 만큼, 당국이 개별 사고 조사에 그치지 말고 사업장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와 산재 처리 실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웅민우씨 유족 측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족은 사고 대응을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에 위임했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는 오는 16일 SK에코플랜트와 교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고인의 부인도 사고 수습과 교섭을 위해 오는 14일 5시50분 한국에 입국할 예정입니다.
 
원청 "은폐 지시 안해"…하청 "보고받은 바 없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SK에코플랜트와 하청업체 측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현재까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그런 일을 지시한 적도 없고, 먼저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올바른 절차에 따라 처리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청업체 측은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선 보고받은 바가 없어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치료를 위해 한 달간 쉬는 동안 산재 휴업급여와 유사한 수준인 임금의 70%를 지급 받았다고 주장하는 데 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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