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은행 숙원' 실시간 ETF 매매 요원
2026-07-14 14:54:10 2026-07-14 17:42:2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은행권 숙원사업인 퇴직연금 계좌 내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매매 허용이 요원해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싸고 증시 변동성 확대와 투자자 손실이 커지면서 ETF 거래 접근성을 넓히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당국 신중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 퇴직연금 계좌의 ETF 실시간 매매 허용 요구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와 퇴직연금의 안정적 운용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간 은행들은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에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도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건의해 왔습니다.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입자가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주문할 수 있도록 거래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현재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는 증권사 가입자와 달리 ETF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없습니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의 ETF 거래는 고객의 운용 지시를 모아 은행 명의의 신탁 계좌를 통해 증권사가 주문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주문 이후 실제 체결까지 10분 이상 걸리거나 장 마감 무렵 접수한 주문이 다음 거래일에 체결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은 이 같은 거래 편의성 차이가 퇴직연금 자금의 증권사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때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아도 되는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적극적으로 ETF를 운용하려는 고객이 증권사로 이동할 유인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지난 2021년 은행이 증권사 시스템과 연계해 고객에게 ETF 실시간 시세를 제공하고 고객의 지시에 따라 주문을 집행하는 것은 ETF 위탁매매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TF 위탁매매는 은행에 허용된 일반적인 펀드 판매와 다르며, 은행의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입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진행한 워크숍에서 은행권이 ETF 실시간 매매 허용을 건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워크숍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정부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도 개선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널뛰기 증시 상황으로 은행의 기대는 힘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도 은행권의 요구에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국내외 상장 ETF 간 규제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국내에서도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허용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국내 상품만 금지하는 것은 비대칭 규제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러나 상품 출시 이후 특정 대형주에 대한 투자와 헤지 거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논란이 확산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시장 영향과 추가적인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ETF 시장의 문턱을 넓힌 직후 보완책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의 실시간 거래까지 검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은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은행·증권업권 간 갈등 지속
 
은행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퇴직연금 계좌의 일반 ETF 거래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퇴직연금에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적용되고 편입할 수 있는 상품도 제한돼 있어 일반 주식계좌와 같은 투기적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퇴직연금의 기본 취지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퇴직연금은 노동자의 노후자금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실시간 매매를 허용할 경우 가입자의 편의성과 운용 선택권은 확대되지만, 잦은 단기매매나 고위험 상품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증권업계 반발 역시 거셉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시간 시세를 제시하고 고객이 지정한 종목과 가격, 시점에 따라 주문을 체결하는 것은 증권사의 고유한 투자중개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퇴직연금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허용하면 금융업권별 인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실시간 매매 허용보다는 거래 상품과 주문 방식을 제한하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할 수 있는 일반 지수형 ETF만 실시간 거래 대상으로 삼고, 레버리지·인버스와 단일종목 상품은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지정가 주문만 허용하거나 실제 주문 체결은 제휴 증권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요구는 퇴직연금에서 새로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래할 수 있는 ETF의 주문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레버리지 ETF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투자자 보호 이슈가 추가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코스피가 전일보다 37.87p(0.56%) 내린 6769.06 개장했지만 장중 6700선이 무너졌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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