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PL 샀다 '담보 날린' 운용사 비상
증권가 300억원 부실채권 양도했지만
상사 소멸시효 도과해 일부 담보권 상실
하자담보책임 불거져…NPL 엑시트 전략에 경종
2026-07-21 16:02:25 2026-07-21 16:15:0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수백억 원대 부실채권(NPL)을 자산운용사에 매각하며 리스크를 털어낸 줄 알았던 증권사가 사후관리 디테일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이 총 300억원 규모의 동일한 부실채권을 자산운용사에 일괄 양도했으나, 일부 담보권의 상사 소멸시효가 도과해 채권을 매수한 운용사가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PF 부실채권을 잇달아 매각하는 상황이라, 이들의 엑시트 전략과 사후관리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PL 매수자인 태성자산운용은 과거 KB증권과 현대차증권으로부터 매입한 3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관련 부동산 담보권(근저당권)이 흔들리며 차질이 생겼습니다.
 
과거 용인 도시개발사업을 수행했던 시행사에 각각 150억원씩을 대출해 줬던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대출금이 부실화되자 대출 원금 채권과 수수료 채권,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부동산 근저당권을 태성자산운용에 매각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며 엑시트했고, 운용사는 향후 담보권 실행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약 구조입니다.
 
하지만 담보 제공자인 비지엔 측이 "수수료 채권의 상사 소멸시효(5년)가 지났으니 근저당권을 말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채권투자 회수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2008년 채권 인수 이후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미 오래전 5년의 상사시효가 도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근저당권 말소 판결을 받은 뒤 항소장을 제출했다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항소를 취하하면서 담보권 소멸을 최종 확정 지었습니다.
 
KB증권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KB증권은 시효 만료 전 채무확인서를 받고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사후관리를 거쳐 1심에서는 담보권이 유효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원고 측의 불복으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오는 8월27일 선고를 앞두고 원고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하고 재판부가 석명준비명령을 내리며 변론이 재개되는 등 막판까지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만에 하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KB증권 역시 현대차증권과 동일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태성자산운용으로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담보권 행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양도 계약 구조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을 두고 증권사와 다툴 수 있습니다. 민법상 매도인은 양도한 권리에 흠결이 있을 때 하자담보책임을 져야 합니다. 나아가 다음 달 KB증권의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운용사와 증권사 간의 분쟁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전성 관리를 위한 부실채권 매각 시장이 커지면서 채권 양수도 과정에서의 꼼꼼한 법률적 권리 분석과 실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분쟁에 대비해 계약 단계부터 리스크 관리를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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