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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경제·금융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은행과 초대형 투자은행(IB), 보험사·연기금에는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치우친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기업의 설비투자와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고 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기존 대출에 이름만 바꿔 단 것인지, 실제 지분투자와 장기자금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생산적 금융의 설계와 집행부터 금융회사의 자산 배분, 산업별 수혜 격차, 투자 성과와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금융권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자금 흐름의 변화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가계대출과 부동산금융 비중을 낮추고 첨단산업과 인프라, 벤처·기술기업으로 자금을 돌리는 것이 핵심이지만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 기존 기업대출의 재분류에 그치지 않으려면 건전성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회사 스스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가려낼 수 있는 평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가계여신 소폭 감소했지만…부동산 관련 대출은 여전히 증가
29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기업여신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총 1885조7939억원이다. 전년도 동기 1782조6635억원 대비 5.8%(103조1304억원) 증가했다. 기업여신 구성은 대기업 704조1899억원과 중소기업 1181조6040억원이다.
은행권 기업여신은 지난 3년간 ▲2023년 1618조6701억원 ▲2024년 1772조4450억원 ▲2025년 1832억원9823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반면 가계여신은 2023년 898조3575억원에서 2024년 967조7866억원, 2025년 1011조4906억원 순으로 증가했다가 올 1분기 1011조2762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 결과 기업여신 비중은 64.3%에서 65.1%로 0.8%p 상승했다.
기업대출(1분기 1454조2418억원 기준) 업종별 구성은 ▲농림어업 0.5% ▲제조업 32.9% ▲건설업 3.2% ▲도·소매업 13.1% ▲운수업 2.6% ▲숙박·음식업 4.3% ▲통신업 0.1% ▲부동산·임대업 21.4% ▲기타 21.9% 등이다.
생산적 금융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관련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첨단전략산업 진흥을 위한 일반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기업대출은 지난 10년간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는 건설·부동산업에 의해 주도된 바 있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 이후 건설·부동산업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확대되는 기조가 더욱 강화돼 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이후 기준으로 건설업 대출 규모는 45조원~46조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303조원에서 312조원 수준까지 매 분기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도 올 1분기 43.2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늘었다.
특수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5년 계획 대규모 자금 책정
은행권은 지원하는 금액 자체가 많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수은행은 더욱 부각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KDB산업은행 5년간 250조원 규모로 첨단산업과 지역기업 지원 ▲IBK기업은행 5년간 300조원 이상으로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지방 중소기업 지원 ▲수출입은행 5년간 150조원으로 수출 금융지원 패키지와 위기대응, 지역성장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5개년 중·장기 계획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이다. 다만 실제 영향력은 제시된 수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은 기존부터 취급해 왔던 일반기업대출 영업을 생산적 금융으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은행권에서 생산적 금융 성격의 활동을 계속 해왔는데, 이번에 정부의 의지를 담아서 목표를 따로 정하게 된 것"이라며 "실제 생산적 금융이 되기 위해서는 IT나 데이터센터, 로보어드바이저 등 대기업 관련 대출보다는 벤처와 기술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작 기업들 등에 대한 확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IB토마토)
모험자본 강화하는 금융투자 업계…보험사도 40조원 지원 나서
금융투자 업계의 생산적 금융에서 역할은 모험자본 공급 강화다.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있는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올 1분기 총 9조8753억원을 공급해 지난해 4분기 7조8580억원 대비 25.7%(2조173억원) 늘렸다.
모험자본은 장기 인내자본 성격으로 첨단기술이나 벤처기업 자금조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는 기본적인 리서치부터 중개, 위험인수 역량 등 자본시장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조달 수단도 지분부터 채권, 메자닌, 파생 등 다양하게 가져간다.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위해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조달액의 최대 25%(올해 10%, 2027년 20%, 2028년 25%로 상향)를 의무적으로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 현재 7개사의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비율은 평균 17.3%로 규제 비율을 넘어서고 있다.
투자 대상별 구성은 ▲중견기업 4.5조원 ▲P-CBO 2.3조원 ▲중소벤처기업 2.1조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1.4조원 ▲신기술금융사 1.3조원 등이다. 투자 방식별로는 ▲채무증권 7.1조원 ▲지분증권 3.1조원 ▲신종증권(상환전환우선주, 전환사채 등) 2조원 ▲대출채권 1.3조원이다.
이 외 보험업계서는 향후 5년간 40조원(국민성장펀드 8조원 포함)을 생산적 금융에 투자할 계획이다. 보험사는 수취한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만큼 인내자본이 필요한 생산적 금융 분야에서 장기자본 공급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자본비율 지표(총자본 K-ICS 비율과 기본자본 K-ICS 비율),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듀레이션 갭 규제 도입 등에 대한 문제로 지급여력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적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로 위험액이 늘어나 요구자본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에서는 요구자본 내 주식위험액 경감, 매칭조정 활성화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높은 건전성 리스크 '부담'…"활성화 위해 RWA 규제 조정해야"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업에서 생산적 금융이 확장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건전성 확보가 주요하게 거론된다. 생산적 금융에서 가장 다루고자 하는 투자는 대상에 대한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고, 투자 기간도 장기에다가,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까지 높은 등 일반금융과는 성격이 달라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벤처나 기술기업 등에 대한 투자는 그동안 은행권의 역할이 아니었고 자본시장 쪽에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으로 들어갔던 영역"이라며 "대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해당 쪽으로 투자를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 가중 비율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들을 진행하려면 실패할 가능성을 낮춰야 하는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투자 식별과 기업평가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RWA 조정이 함께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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