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역대급 급락을 기록한 가운데 이번주에는 미국 빅테크 실적과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증권가는 과매도 구간 진입으로 기술적 반등 여건이 형성됐다고 보면서도, 이란 전쟁 종전 없이는 추세 전환이 아닌 단기 반등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7월27~31일) 코스피는 1.12%(75.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주초부터 30일까지 외국인이 8조원 이상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31일 미국 빅테크 실적 호조에 따른 인공지능(AI) 투자 우려 완화와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코스피가 17.91% 급등하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습니다.
이번 급락은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AI 투자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 전환과 엔비디아의 오픈AI 지급보증 소식으로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국 장기금리 상승도 AI 자금조달 부담을 키웠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과 노광장비 국산화 소식으로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도 부각됐습니다. 여기에 미·이란 갈등과 후티 반군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와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 실적 발표에서도 장기계약과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반도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습니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주를 기점으로 시장을 흔들었던 주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3.50~3.75%로 5회 연속 동결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정책금리 인상보다 현재의 긴축적 금융여건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로, 전날 발표된 6월 PCE 물가가 예상치에 부합하며 둔화된 점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키움증권은 이번 고용지표보다 물가·유가 흐름이 연준 정책 방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습니다.
이번주 최대 관심사는 미국 빅테크 실적입니다. AMD(4일), 샌디스크(6일) 실적 발표를 통해 AI 투자와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유지되는지가 확인될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005940)은 "AI 수요의 최전방인 앤트로픽(Anthropic)의 연간반복매출(ARR)이 5월 470억달러에서 7월 740억달러로 급증하는 등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실적에 대한 신뢰도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7일 발표되는 미국 7월 고용보고서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는 비농업취업자수 9만명(전월 5만7000명), 실업률 4.2~4.3%입니다. 고용이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낮아져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밖에 미국 ISM 제조업지수와 ADP 민간고용, 한국 7월 소비자물가와 수출 흐름도 향후 증시 방향성을 판단할 주요 지표로 거론됩니다. 특히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최근 반도체 관련주 조정에 따른 시장 우려를 완화할 변수로 꼽힙니다.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5200~6500선으로 제시했습니다. 상승 요인으로는 반도체 실적 신뢰 회복과 금리 인상 우려 완화가, 하락 요인으로는 차익실현 매물과 개별 기업 실적 쇼크,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힙니다.
대신증권(003540)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74배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의 저평가 구간이라며, 5700~5800선 안착 시 선행 PER 7배 수준인 8200선까지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악재에 과도하게 반응한 공포 심리와 디레버리징 매도가 집중된 국면"이라며 "AI 투자 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이란 갈등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은 기술적 반등을 넘어 점진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31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가 18% 가까이 상승한 수치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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