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과 주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장사 36곳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한다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근 코스닥 시장의 수급 악화로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락한 경우까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기준선에 근접한 기업들은 본업보다 주가 방어에 역량을 쏟아야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및 주가 미달을 사유로 총 36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30개 종목은 신규 지정됐고, 기존 관리종목 6곳은 지정 사유가 추가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9개, 코스닥시장에서는 27개 종목이 해당됐습니다.
시가총액 요건은 단계적으로 기준이 상향돼 왔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은 올해 1월 200억원에서 7월 300억원으로, 코스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각각 기준이 높아졌습니다. 내년부터는 유가증권시장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이 적용됩니다.
이번 조치로 주가 미달 기업 가운데 주식병합을 추진하는 곳도 다수 나타났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영포장·형지엘리트·일신석재 등이, 코스닥시장에서는 우리엔터프라이즈·CMG제약·샤페론·좋은사람들·제이엠아이·SDN·옴니시스템·이노인스트루먼트·이스트에이드·노을·랩지노믹스·에이비온 등이 주식병합을 예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시가총액 하나만으로 부실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최근처럼 수급이 무너져 주가가 급락하면 회사의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준선에 근접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200억~300억원대 등 시가총액 기준에 가까운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장폐지 우려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기술특례 등으로 상장한 기업들의 부담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재무 요건에는 일정 기간 유예가 적용되지만 시가총액 요건에는 별도의 유예가 없어 주가 급락 시 본업보다 주가 방어에 경영 역량을 쏟아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행 시점이 앞당겨진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기존에 예고된 기준에 맞춰 준비하고 있던 기업 입장에서는 시행 시점이 갑자기 앞당겨지면서 현실적으로 대응할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법적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다만 관리종목 지정이 기업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관리종목 지정 경험이 있는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기술력뿐 아니라 자본과 경영을 함께 탄탄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건전한 자본과 기존 사업에 시너지를 낼 투자자가 들어온다면 회사와 직원, 주주에게는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업계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시장 전체의 수급 악화로 인한 일시적인 주가 하락과 기업의 실질적인 부실을 구분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준선에 근접한 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수 있어 당분간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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