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의 그림자)①연대보증 없앴는데…창업자 '개인책임'은 남았다
어반베이스, 5억 투자에 12억5000만원 지급 판결
OGQ도 회사가 받은 90억, 대표 개인 상환책임 인정
법원, 대표의 별도 계약상 책임 인정…계약 한 줄이 개인책임으로
2026-08-14 09:31:59 2026-08-14 09:31:59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창업자 연대보증은 사라졌지만 투자계약의 주식매수·상환 조항을 통해 창업자 개인책임은 사실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대표가 투자자의 주식을 사야 하거나, 회사가 받은 투자금 전액을 대표 개인이 돌려줘야 하는 식입니다.
 
14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OGQ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두 사건에서 모두 창업자 개인의 지급책임이 인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법원이 인정한 책임은 전통적인 의미의 연대보증이 아니었습니다. 어반베이스에서는 대표 개인의 주식매수의무, OGQ에서는 '이해관계인'인 대표의 별도 계약상 투자금 상환책임이라는 법적 구조였습니다. 정부와 금융권이 회사 채무를 대표가 함께 부담하는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왔지만, 투자계약을 통해 별도의 개인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는 남아 있는 셈입니다.
 
어반베이스(왼쪽)와 OGQ 회사 로고. (이미지=어반베이스 및 OGQ)
 
귀책 없어도 주식매수 의무…"연대보증과는 별개"
 
어반베이스 사건에서는 2017년 11월 약 5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고, 당시 최대주주였던 하진우 대표도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했습니다. 계약에는 회사가 회생·파산 등에 들어가면 투자자가 회사 또는 대표에게 주식매수를 요구할 수 있고, 매수대금은 투자원금에 연복리 15%를 더해 산정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하 대표에 따르면 신한캐피탈 측은 당시 정상적인 경영 실패까지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조항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는 2023년 12월 간이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24년 1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자체가 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의 발생 조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하 대표 측은 자신의 고의나 과실 없이 발생한 사업 실패의 투자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계약에 대표의 고의·과실을 요구하는 제한이 없고 회생·파산 등 객관적 사유가 별도의 행사 조건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주식매수청구권을 투자자의 '사전적 위험관리 수단'으로 판단했습니다. 계약 당시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삭제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법원은 주식매수의무와는 별개라고 봤습니다. 투자자의 매수청구로 대표와 별도의 주식매매계약이 성립하는 만큼, 대표가 부담하는 것은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이 아니라 주식매수에 따른 매매대금 채무라는 판단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하 대표에게 12억520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초 투자금은 약 5억원이었지만 연복리 15%가 붙으면서 지급액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항소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30일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OGQ, 돈 받은 건 회사인데 대표에게 90억 청구
 
OGQ는 2021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면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으로부터 90억270만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신철호 OGQ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계약에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했습니다. 투자조합은 OGQ가 발행한 종류주식을 인수해 주주가 됐고, 인수가 무산되면 주식인수대금을 돌려받는 특약도 뒀습니다.
 
계약서에는 '투자대상기업 및/또는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특정 기업 인수에 사용해야 하고, 인수를 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지체 없이 상환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신 대표 측은 투자금 90억원을 받은 것은 회사이고 계약에도 대표가 회사와 '연대해' 상환한다는 문구가 없다며 자신에게 반환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은 이 문구가 상환조항 전체에 적용돼 신 대표도 투자금 상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 투자원금을 돌려주는 약정은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나 무효가 될 수 있지만,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한 신 대표와 투자조합 사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 개인의 상환약정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역시 2022년 6월 신 대표가 인수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계약상 상환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신 대표가 진술·보장, 경업금지, 주식처분 제한 등 여러 의무를 직접 부담했고, 투자금을 예정보다 일찍 지급하는 대신 인수 무산 시 상환하기로 한 계약 경위 등을 들어 대표 개인의 상환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7월 신 대표에게 원금 90억270만원과 2023년 12월6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2일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연대보증' 없어도 남은 대표 개인책임
 
어반베이스와 OGQ는 계약 구조와 책임 발생 사유는 달랐지만 창업자 개인에게 직접적인 금전채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같았습니다. 어반베이스에서는 회사와 별개인 대표의 '독자적인 의무'가 인정됐고, OGQ에서는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한 대표에게 직접 투자금 상환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두 판결은 창업자 연대보증이 사라진 뒤에도 투자계약을 통해 개인책임이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법원이 인정한 것은 전통적인 연대보증이 아니라 대표가 계약에 따라 직접 부담한 주식매수·상환 의무였습니다. '연대보증'을 없애는 것만으로 투자계약에서 발생하는 창업자의 개인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에 대해 이동구 법무법인 서울제일 파트너 변호사는 연대보증이 사라진 뒤 남은 개인책임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금지되는 회사채무의 연대부담인지, 허용되는 창업자의 독립적 자기책임인지가 새로운 쟁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정상적인 사업 실패의 손실까지 대표 개인에게 전부 부담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습니다. 투자자 역시 투자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양쪽의 모럴해저드를 막을 필요가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창업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직무대행 제1차관이 13일 서울 마포구 SVC 서울에서 열린 'LP성장펀드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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